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020년을 ‘개정 헌법의 원년’으로 제시하고 자위대 합헌화에 대한 야욕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3일 아베 총리는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아 도쿄에서 열린 헌법 관련 민간단체의 심포지엄에서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삼고 싶다”며 헌법 개정 시기를 명확히 했다. 같은 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어 “내 세대에서 자위대를 합헌화하는 것이 사명”이라며 이른바 ‘평화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9조는 유지하되 자위대 관련 내용을 추가로 명시하겠다고도 밝혔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센 헌법 9조는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앞서 자민당이 지난 2012년에 발표한 헌법 개정 초안은 9조를 뜯어고쳐 내각총리대신을 최고 지휘관으로 하는 국방군을 창설하는 안을 담고 있다.
그는 “자위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90%를 넘지만 많은 헌법학자들은 (자위대 존재와 활동을) 위헌이라고 말한다”면서 “북한 정세가 긴박해지는데 ‘위헌일 수 있지만 유사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어달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자위대 합헌화 의지를 강조했다.
개헌에 대한 일본 여론도 점차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아베 정권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자국 안보를 강조하는 ‘북풍 몰이’를 한 결과로 풀이된다. 4월27~30일 나흘간 진행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상 유지(46%)’와 ‘개헌 필요(45%)’ 의견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조사보다 ‘현상 유지’는 4%포인트 감소한 반면 ‘개헌 필요’는 5%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개헌 찬성’이 48%로 반대(33%)를 압도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개헌 논의는 7월2일 도쿄도의회선거를 통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독자세력인 ‘도민퍼스트회’를 만들어 전략공천에 나서는 등 자민당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이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할 경우 아베 정권의 개헌 추진도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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