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싱글 핸디캡 실력을 갖춘다면, 10억원이 넘는 골프장 회원권을 가졌으면….’
골퍼라면 누구나 ‘골프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을 듯싶다. 마스터스를 관전하고 경기 후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드를 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화려한 희망사항도 좋지만 실현 가능하고 가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골프매거진의 홈페이지인 미국 골프닷컴은 최근 ‘골퍼가 큰돈 들이지 않고 죽기 전 해봐야 할 37가지’를 추천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항목은 ‘골프클럽 기부하기’. 쓰지 않는 골프채 몇 개쯤은 집집마다 있을 것이다. 필드와 연습장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분신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선뜻 처분하기 어렵지만 소장가치가 있는 명품이 아니라면 결국 짐만 될 뿐이다. 기회가 있을 때 골프단체 등에 기부하면 유소년이나 어르신들의 골프체험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핑계 안 대고 18홀 돌기’도 재미있다. 골프가 잘되지 않는 이유는 전날의 과음, 부부싸움, 앞팀의 느린 플레이 등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1.2m짜리 내리막 퍼트 컨시드(일명 OK) 주기’는 어떤가. 자신에게 철저하고 상대방에게는 너그러운 신사의 면모를 보여준다. 다만 컨시드 남발은 상대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골프 소개하기’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골프의 미덕과 매력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도 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골프규칙 읽어보기’는 지극히 기본적이면서도 많은 골퍼들이 실천하지 않는 항목이다. 골프에서 룰은 곧 에티켓이고 에티켓은 룰을 아는 만큼만 지킬 수 있다.
‘홀인원 하고 술 사기’와 ‘술은 누구나 마시니 홀인원은 잊어버리기’ 항목을 연속으로 올려놓은 것도 예리하다. 행운의 홀인원이라지만 못 한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적잖은 비용이 드는 것도 있다.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라운드하기, 정식으로 레슨 받기, 메이저대회 관람하기 등이다. 그 밖에 골프대회 참가해보기, 항상 홀 지날 힘으로 퍼트하기도 많은 골퍼들의 바람이다.
골프닷컴이 제안하는 죽기 전 해봐야 할 마지막 항목은 뭘까. 전적으로 자신의 스윙을 신뢰하기, 그리고 결과 걱정하지 않고 여유롭게 미소 짓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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