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울의 신성으로 꼽히는 팔로마 페이스의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던 한 자메이카·그리스 혈통의 여성 코러스가 2012년 올해의 아이튠스 앨범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는 5년이면 충분했다. 데뷔앨범 ‘이즈 유어 러브 빅 이너프(Is Your Love Big Enough)’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세련됨으로 주목받았고 프린스, 질 스콧, 본 이베어 등 여러 뮤지션들이 극찬한 소울·포크 싱어송라이터 리앤 라 하바스(사진·Lianne La Havas)의 얘기다.
유럽, 북미, 일본 등에서 120회가 넘는 공연으로 세계 투어를 돌며 인기를 얻고 있는 리앤 라 하바스가 오는 27~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첫 내한을 앞두고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 하바스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짧게 맨 기타’ 얘기부터 꺼냈다. “드디어 한국에 가게 됐어요. 제가 직접 기타를 매고 올라가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를 거예요. 작고 소박하지만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 그게 제가 꿈꾸는 한국 팬들과의 만남이에요.”
국내에서도 음악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라 하바스는 브릿 소울을 대표하는 가수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데뷔 앨범을 발표한 2012년 BBC가 선정하는 ‘올해의 사운드’에 꼽혔고 2015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블러드’는 제5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 후보에, 올해는 브릿 어워즈에서 영국 여성 솔로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도 올랐으며,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음악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크 블루스부터 R&B, 재즈, 두왑, 레게까지 다양한 색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라 하바스는 “엘라 피츠제럴드, 밥 딜런 등이 닮고 싶은 뮤지션이고 모든 노래를 들어봤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언제나 진솔한 감정을 음악에 담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라 하바스는 팔로마 페이스를 비롯해 스티비 원더 등 숱한 정상급 가수들이 진가를 알아본 덕에 데뷔 직후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해 타계한 프린스의 애정은 각별했다. 프린스의 2014년 앨범인 ‘아트 오피셜 에이지(Art Official Age)’에서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프린스는 라 하바스의 멘토를 자처했다. 이메일로 수차례 곡에 대한 조언을 해줬고 뉴 올리언스에서 열린 에센스 페스티벌에서 두 사람은 8만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섬타임즈 잇 스노우즈 인 에이프릴(Sometimes it snows in april)’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라 하바스는 “프린스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멋지고 좋은 사람이었다”며 “늘 차분하고 신비로웠던 그의 모습을 친구로서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새 앨범을 위한 곡 작업을 시작했다. 라 하바스는 “이번 앨범에서는 외부의 어떤 압박이나 영향에서도 자유롭고 솔직한 모습을 반영한 음악을 담고 싶다”며 “올해나 내년 초 새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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