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의 원칙으로 “큰 정부 대신 적극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신임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처를 대폭 신설하거나 통폐합하면서 정권의 색채를 드러내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지만 ‘대수술’ 없이 개편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하는 정부인 만큼 원활한 문재인 정부의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여야 간 대립으로 두 달 넘게 정치권은 공회전을 거듭해왔다.
문 대통령이 새롭게 신설하겠다고 밝힌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유일하다.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교육과학기술부·중소기업청 등에 분화된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통합해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을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재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은 법안을 발의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며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권을 상징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폐지 대신 부처명 변경과 일부 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수준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측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미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외에 정부조직 개편은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대신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지고 있던 연구개발(R&D) 예산 편성권 등의 업무를 다른 부처로 돌리고 과학·기술 분야 업무를 전담하게 해 이에 맞춰 부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으로 전임 정권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지고 있던 통상 분야를 다시 외교부로 이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통상 기능을 산업부로 이관해봤지만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폐지했던 해양경찰청을 부활하고 소방방재청을 독립해 국민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대통령과 측근·고위공무원들의 비리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국가정보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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