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H를 보면 청춘이 떠오른다. 무언가에 도전할 때, 청춘은 겁을 내지 않는다. 혹여 겁을 내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다 다치더라도,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게 청춘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리플H는 어쩌면 청춘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10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트리플H의 첫 번째 미니앨범 ‘199X’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트리플H는 큐브의 두 번째 프로젝트 그룹이다. 포미닛 출신의 현아와 신인그룹 펜타곤의 메인 보컬 후이, 래퍼 이던으로 구성됐다.
앨범명 ‘199X’는 1990년 레트로 풍에 미지수를 뜻하는 X를 더했다. 1990년대와 현재의 콜라보라는 의미로, 익숙하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고자 하는 포부를 담았다. 타이틀곡 ‘365 프레시(365 FRESH)’는 1990년대를 연상시키는 신나는 펑크스타일의 노래다. 1년 365일 항상 쿨하고 멋지다는 의미를 가진다.
곡이 표방하는 바가 1990년대 레트로인 만큼, 그때의 청춘과 지금의 청춘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트리플H 멤버들은 당시를 이해하기 위해 레트로 배경의 영화를 찾아서 감상했다. 1990년대 청춘들의 감성을 공부했다. 과연 현재와의 차이를 느꼈을까.
“그때 청춘과 지금 청춘의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청춘은 불안정하다는 게 공통점이죠. 어떻게 해야겠다는 마침표가 아니라 무언가에 다 물음표가 있어요.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게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끼리 청춘에 대한 전시회도 보러갔는데요. ‘청춘이 뭐야, 어떤 거지?’ 이야기를 하는데 정의가 없더라고요. 청춘은 정말 답이 없어요. 가장 순수하고 정열적이라는 느낌만 들었습니다.”(현아)
불안정한 청춘은 트리플H의 색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프로젝트 그룹을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현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의내리고 싶지 않다”고. 솔로가수인 현아와 10인조 남성 그룹인 펜타곤에게 대중들이 기대하는 바는 각각 다르다. 그런데 그 둘이 섞이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빨간색에 노란색을 섞으면 전혀 다른 주황색이 나오듯.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게 트리플H의 포부다.
“세 명의 색이 너무 달라요. 트리플H의 이번 앨범은 90년대 레트로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펑크 장르예요. 하지만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소화할 수 있는 두 멤버 덕분에 더 새로워졌어요. 개개인으로 시도할 수 없는 색을 함께 시도한 거죠. 어떤 색이 나올까 궁금증이 들게 하는 팀이 되길 바랍니다. 트리플H는 정의 자체가 없어요.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불안정하고 정의내릴 수 없는 트리플H의 색은 타이틀곡 ‘365 프레시’ 뮤직비디오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청춘의 위태로운 모습에 주목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음악 자체보다 파격적 콘셉트가 주목받기도 했다. 그것을 감수하면서도 담고 싶은 게 있었던 걸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전체적인 스토리를 생각한 거죠. 셋이 어떻게 만나게 됐으며 청춘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요.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는 청춘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뮤직비디오는 4분밖에 안 되는데, 나중에 20분 정도의 청춘물을 만들어서 영화제에 내고 싶다고요. 저희도 그 부분을 기대하고 있어요.”(현아)
“마냥 괜찮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데뷔한지 6개월도 안됐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을 했죠. 놀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감독님께서 저희에게 뮤직비디오 자체는 이 사람들의 캐릭터와 스토리와 그 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가 중요한 거라고 해주시더라고요. 부가적인 것에도 집중이 될 수 있겠지만, 저희가 보여드리고자 하는 주제와 캐릭터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후이)
사실 현아는 이전에도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표적인 섹시가수의 숙명인 걸까. 본인이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그에게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쯤되면 해당 논란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후이와 이던에게 이와 같은 논란은 처음이다. 10년차 선배인 현아는 어떤 조언을 건넸을까.
“누나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부터 댓글을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특히 첫 주에는 댓글을 보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누나가 뭐하고 있나 봤더니 댓글을 보고 있더라고요(웃음). ‘누나는 왜 말과 행동이 달라?’ 했더니 ‘누나는 워낙 많이 그래서 괜찮아’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상처받을까봐 보지 말라고 한 거라고요. 그러면서도 좋은 반응이 담긴 댓글을 저희에게 보내줘요. 이건 봐도 된다고 하면서요. 그거 보고 또 저희는 기분 좋아지죠”(이던)
“기분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 하는데, 혹시나 이제 시작하는 무대에서 긴장되고 마음이 다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을 다 못 보여줄 까봐 걱정이 됐어요. 의도하지 않았어도, 받아들이는 분들 마다 다르게 생각하시는 문제잖아요. 제가 그분들의 마음까지 들어가서 ‘이렇게 보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이런 문제가 생겨도, 다들 다치는 것 없이 원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명확히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랬어요.”(현아)
뮤직비디오의 내용 외에도, 형식 자체도 현아에게는 도전이었다. 이전까지 퍼포먼스 형식으로 연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오로지 내러티브만을 이미지화해서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발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감독은 춤을 안 추는 현아의 모습이 너무 궁금하다면서 이끌었고, 현아는 그에 맞게 충실히 이끌려갔다.
“연기를 할 생각이 있는지 주변에서 많이들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무대 위에 설 때마다 또 다른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에 대한 갈증은 따로 없습니다. 사실 무대에서 다 풀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아직은 무대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뮤직비디오 촬영 때 영화감독님과 함께 해서 재미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연기에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은 못했어요.”(현아)
현아에게도, 후이와 이던에게도 이번 트리플H는 분명 새로운 시도다. 현아는 10년을 보여주고도 아직 다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후이와 이던은 펜타곤이라는 그룹을 잠시 벗어나 자신들만의 매력을 보여줄 기회다. 끝으로 세 사람은 이번 활동을 마무리하며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을 털어놨다.
“누나가 10년 차고 저희가 6개월 차잖아요. 하지만 신인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선후배처럼 보이지 않고 한 팀 같다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순위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이번에 음원 순위 100위 안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물론 더 높으면 좋겠지만, 이 유닛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잖아요. 앞으로 활동을 하면서 ‘이 팀을 다음에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목표죠.”(이던)
“뚜렷한 현실적 목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고,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죠. 음원순위나 부가적인 목표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을 즐기고 싶어요. 셋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어요. 각자 다른 매력인데 잘 어울린다는 말이요.”(후이)
“음악적으로는 신나고 볼만한 무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계속 해외 러브콜도 들어오고 있어서 해외에 있는 팬 분들에게 현아, 펜타곤, 트리플H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순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아침 출근길마다 신기하게도 순위가 오르더라고요. 찾아듣지 않으면 힘든 순위라고 회사에서 말 하더라고요. 아직 저희를 잘 모르는 분이 더 많은 팀이잖아요. 활동을 활발히 해서, 많이들 찾아듣게끔 하고 싶어요.”(현아)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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