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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불한당’ 임시완 “설경구와 묘한 브로맨스, 어버버했다”

어느덧 ‘아이돌 배우’에서 ‘칸에 진출한 배우’라는 수식어로 진화했다. 임시완의 성장세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이번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아이돌 출신 배우 최초로 칸에 입성하는 터라 언론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

배우 임시완 /사진=호호호비치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불과 한 달 반 전 ‘원라인’(감독 양경모)으로 인사했을 때와 또 다르게 다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재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극본 에어본, 연출 김상협)의 주연으로 한창 촬영을 이어나가면서 영화 홍보까지 하려니 하루가 모자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임시완은 이 같은 ‘바쁨’이 좋은지 기분 좋은 흥분을 안고 군 입대 전 마지막 영화로 취재진을 맞았다.

‘칸 진출작’이라는 타이틀을 단 ‘불한당’을 배우가 직접 본 소감은 어떨까. 임시완은 “나는 재미있게 봤다. 내 연기를 보면 항상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데, 영화 자체로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원래 느와르를 좋아했다. 하지만 사실 당장에 원한 작품은 아니었다. 대본을 처음에 받고선 ‘몇 년 뒤에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거리낌이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건, 감독님이 첫 미팅 때 ‘재기발랄하게 어리게 시작하자. 현수의 성장과정을 그려보자’고 하시더라.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시완에게는 비주얼리즘으로 완성된 ‘불한당’을 주연으로서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지 막막했을 터다. 그가 맡은 현수 역할은 교도소에 입소하자마자 당돌한 행동으로 재호(설경구)의 눈에 띄고 그와 의형제로 발전하는 인물이다. 엄마와 모든 걸 잃었을 때 유일하게 자신을 챙겨준 친형 같은 재호만 믿고 오세안무역에 입사해 실세로 자리 잡아 간다.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다.

그가 현수 캐릭터를 이해한 과정으로는 “우선 나는 현수를 무겁게만 생각했었다. 글(시나리오)에 속은 걸 수도 있는데, 마지막에 극적으로 치닫지 않느냐. 애초부터 무거운 걸 가지고 있어야 마지막 지점까지 닿을 수 있겠더라. 그래서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되레 다채로운 연기가 담겼으면 하더라”고 작품에 처음 임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배우 임시완 /사진=호호호비치


특히 임시완이 걱정한 부분은 영화의 중심 소재가 ‘언더커버’라는 점. 이에 “감독님께 처음 말씀 드렸던 부분 중에 ‘언더커버라는 소재가 다른 영화에서 많이 쓰였는데, 대중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중들이 새로운 걸 원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영화를 봤을 때 재미만을 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선택할 때, 메시지만 있는 걸 선택하기보다 블랙코미디처럼 별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즐겨본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생각이 들고선 이번 ‘불한당’의 존재 이유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불한당’에서 그가 보인 현수 캐릭터는 치기어린 면에서 도발하는 정도로 시작하면서 점차 자신의 의형제인 재호를 닮아 거대한 악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변호인’, ‘미생’, ‘오빠생각’에서 완벽하게 바른 모범생 이미지를 보였던 임시완이 최근 ‘원라인’에서 특유의 순진무구한 얼굴로 남을 속이더니 이젠 ‘불한당’에서 있는 그대로의 악을 표출시킬 줄 알게 된 것이다. 극 초반 교도소에서 나와 스포츠카를 타고 러시아 미녀와 진한 스킨십과 키스를 나누는 장면부터 임시완은 달라진 자신에 선전포고를 외쳤다. 그 와중에 설경구와는 ‘의리’로 다져진 관계에서 밀고 당기기, 끊임없는 의심으로 이색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언론 배급 시사회 당시 변성현 감독은 “둘 사이의 관계는 브로맨스 이상이다. 멜로에 가깝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작 임시완은 설경구와 진한 브로맨스를 그릴 당시 해당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불한당’은 캐릭터보다 작품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선택했다. 브로맨스 케미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친 스킨십을 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물이 느낄 격분의 감정에만 취해서 연기했는데, 그런 장면이 찍혔더라. 그걸 브로맨스적으로 풀어내려고 의도했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 어버버했다. 어쩌면 모르고 촬영한 게 나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기존의 ‘소년미’를 탈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 속에서 한껏 진한 ‘남성미’를 풍긴 것에 대해서는 “멋있는 액션을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번 영화로 충분히 흥미를 유발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청불 영화가 될 거라 확정하고 촬영한 건 아니었다. 이것(‘불한당’ 분위기)뿐만 아니라 또 색다른 게 있으면 연기할 것이다”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배우 임시완 /사진=호호호비치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에 이어 ‘불한당’으로 네 번째 칸에 초청된 베테랑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것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경력과 나이 격차 때문에 아무래도 처음엔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변성현 감독의 “설경구와 말을 놓고 지내달라”는 제안으로 현장에서 반말 케미를 펼칠 수 있었다. 이 특별한 형제애에 임시완은 “우선 걱정이 되긴 했다. 감독님께서 먼저 말을 놓으라고 제안하셨는데, 받아들이는 선배님이 껄끄러울 수 있지 않겠느냐. ‘괜찮다’고 말씀하셔도 형식적으로 하신 말씀이실 수도 있고. 하지만 선배님께서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지금까지 ‘형’이라 부르고 있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임시완에게 설경구는 어떤 형일까. “골목대장님 같다. 모든 걸 이끌어주셔서 같이 다니면 든든한 느낌이 있다. 되게 잘 해주셨다. 내가 긴장할까봐 먼저 풀어주신 편이었다. 둘 다 술을 잘 마셔서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우리가 좋아한 술집이 있다. 한 번은 선배님이 부산에서 촬영이 있다고 하셔서 혼자만 보기 아까운 풍경이었던 한 술집을 같이 가자고 내가 선배님을 꼬득였다. 선배님께 ‘오케이하면 늦게라도 부산에 가겠다’고 했다. 그 때 정말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고 전했다.

순한 외모와는 또 다르게 의외로 술을 즐겨 한다는 임시완은 “단지 술을 마신다기 보다는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미를 둔다. 공통 취미를 나눈다. 거기서 유대감이 많이 쌓이는 것 같다”고 자신만의 친분 노하우를 밝히면서 “설경구 선배님은 당분간 ‘불한당’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만큼 영화 속 선배님의 인상이 강하다”고 이번 영화 속 설경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한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 17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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