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 제작보고회가 1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조선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명민, 변요한, 신혜선, 조은형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물.
조선호 감독은 앞서 ‘원스 어폰 어 타임’, ‘더 웹툰: 예고 살인’ 등의 조감독을 맡았다. ‘하루’는 그의 장편 데뷔작. 조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두 남자가 같은 시간 안에 갇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내와 딸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실패하는 고통과 절망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하루를 끝내려고 발버둥친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김명민은 매일 반복되는 딸의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준영 역을 맡았다. 극중 딸 은정(조은형)을 살리려는 부성애가 눈물겹다. 김명민은 “제가 아들 하나다. 딸 하나를 더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제 아들 또래 비슷한 딸을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은형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예쁘다”며 “은형이는 생각하는 바가 깊다. 배려도 할 줄 안다. 주로 작품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아빠 저 다음 작품 하려는데 고민이에요’라는 등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눴다. 말이 잘 통한다. 정말 배우다”라고 현실에서도 넘치는 부녀 케미를 보여줬다.
변요한은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펼치는 민철을 연기한다. 그는 “민철은 사설 구급대원이다. 아내와 식도 못 올리고 같이 살게 됐다. 아내는 학교를 다니고 있고 저는 밤낮으로 뛰면서 뒷바라지 한다. 여러 생활고도 있고, 크게 부부싸움을 한다. 그게 아내와의 마지막이었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아내에게 닿을 듯 말 듯 한 감정이 너무 답답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장면에서 눈물이 나왔다. 이 장면은 울어야지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너무 답답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캐릭터에 대한 깊은 몰입을 전했다.
김명민과 변요한은 지난 2015년 ‘육룡이 나르샤’로 먼저 만났다. 그때의 경험이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하게 된 계기가 됐다. 김명민은 “제가 요한이에게 영화 제의를 했다. 당시에 제작사에서도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캐스팅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제가 더더욱 요한이에게 힘껏 이야기를 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김명민은 이어 “이 친구와 제대로 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변요한씨가 바빴는데 그 스케줄에 맞췄다. 촬영을 조금 미루더라도 같이 하고 싶다며 하게 됐다. 변요한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다. 눈빛 천재라는 말처럼 눈빛으로 다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꿈이 이뤄져서 좋다”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변요한 또한 김명민에 대해 “영화의 내용이 계속 반복된다. 그만큼 풀어가는 과정이 무척 많다”며 “그런 답답한 과정이 우리 영화의 핵심이다. 어려운 장르다. 김명민 선배님이 마치 인간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잡아줬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하루’는 ‘지옥 같은 하루가 무한 반복 된다’는 독특한 플롯과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특징. 한국영화에서는 신선한 설정이지만 사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시간을 다루는 영화가 여럿 있기도 하다. 조선호 감독은 이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래퍼런스를 참고하는 편은 아니다”라며 “작업을 마친 이후에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봤다.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은 다른 분들도 한 번쯤 상상하게 되는 설정이다. 저도 경계는 했다. 비슷한 지점이 있으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나서 찾아보니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상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다른 톤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명민도 조선호 감독의 이야기에 힘을 보탰다. 그는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인가 싶었다. 굉장히 괜찮은 시나리오라고 생겼다. 저희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의문점이 생기지 않았다. 이해가 쏙쏙 됐다. 철저한 계산 하에 시나리오가 써졌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것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낼 것인지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총 90분. 최근 한국영화들과 비교할 때 짧은 편이다. 조선호 감독의 의도가 철저하게 들어갔다. 조 감독은 “이런 류의 소재와 구성을 가진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원래 길지 않다. 반복되는 장소에서 반복되는 행동을 해야 해서 피로감을 빨리 느낀다.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100분 내로 생각했다. 촬영 끝내고 편집하고 호흡 정리를 하니 90분이라는 시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길게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한편 변요한의 아내 미영 역은 배우 신혜선이 열연했다. ‘하루’는 오는 6월 15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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