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정숙씨' 집앞 찾아온 민원인 끼니도 챙겨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서 집 앞을 찾아온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사저로 찾아온 민원인에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끼니를 챙겨 보내 화제다.

13일 청와대로 이사하기 준비를 하고 있는 김 여사에게 한 60대 여성이 아침부터 빌라 단지 입구와 뒷동산을 오가며 “국토부의 정경유착을 해결해 달라. 배가 고프다.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고 소리를 질렀다.

오후 1시20분께 김 여사가 빌라에서 수행원과 함께 나와 “왜 배가 고프다 그런데? 왜?” 하며 밝은 표정으로 이 민원인 여성에게 다가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민원인에게 김 여사는 “몰라 몰라.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배고프다는 얘기 듣고서는…. 나도 밥 먹을라 그랬는데 들어가서 라면 하나 끓여 드세요” 하며 여성의 손을 덥석 잡고 사저로 향했다.

몇 분 뒤 민원인은 “도저히 집까지 들어갈 수는 없어서 라면만 받아들고 나왔다”며 컵라면 한 사발을 손에 쥐고 나왔다.

자신을 공덕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던 배모(63)씨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내가 도저히 집까지 들어갈 수는 없어서 라면만 받아들고 나왔다”며 웃었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한 시민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자 사저에 있던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밖으로 나와 시민의 손을 잡고 함께 사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전 인천국제공항철도가 들어서 공덕역 증축공사를 하면서 배씨가 임차한 건물이 헐렸다. 이 과정에서 보상을 한 푼도 못 받았고, 이는 국토교통부와 건설사의 정경유착 때문이라는 게 배씨 주장이다.

배씨는 “이틀 전에는 여사님이 민원 내용을 적어달라고 해서 수행원에게 주기도 했다”면서 “대통령님이 너무 바빠서 못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도 답답한 마음을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고, 한마디라도 들어주기라도 한다는 게 어딘가.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배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4년 전에도 박 전 대통령의 당시 사저에 가 민원을 하려고 했다. “그때는 다가가려니까 바로 경찰서로 끌고 가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