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대표적 반면교사(反面敎師)다. 199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5위 국가였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던 이탈리아가 높은 청년 실업률(40%대)과 여전히 2만달러대 소득에 머물고 있는 ‘국가정체 현상’의 본질도 결국 정치 문제였다. 이탈리아는 10여개 정당이 난립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들어선 정부가 63개에 달할 정도고 법률안을 상하원 모두에 승인받아야 하는 입법구조로 우리 정치와 상당히 닮아 있다. 결국 지난해 정치개혁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이마저 부결됐다.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의 소수파 정부다. 국회 의석 수로도 그렇고 다자구도의 대통령선거에서 득표율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어떤 개혁정책이나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야당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인사를 단행하면서 강조해온 ‘대통합’이나 야당과의 ‘협치’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상황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정치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대선을 치르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관성’이 여전히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혁의 성공을 낙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총리 인준과 정부조직법·추가경정예산 등 새 정부 초반의 주요 결정 등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진정한 가치와 문 정부 성공의 절반은 이 과정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