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최두호, 김태완, 서우식 프로듀서, 김우택 NEW 총괄대표가 참석했다. ‘옥자’는 넷플릭스와 플랜B 엔터테인먼트, 루이스 픽처스,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스 컴퍼니가 함께 제작했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어느 날 가족과 같은 옥자가 사라지자 미자는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헤매며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덕분에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 예산이 많았는데 가능했다. 영화의 스토리가 과감하고 독창적이어서 망설인 영화사들이 많았는데, 넷플릭스는 과감히 투자해줬다”고 동영상 스트리밍의 대표 주자 넷플릭스와 협업한 배경을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칸국제영화제 초청은 이번이 네 번째다. 봉 감독은 2006년 ‘괴물’, 2008년 ‘도쿄!’, 2009년 ‘마더’에 이어 ‘옥자’로 다시 한 번 칸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011년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에 위촉 된 것에 이어 6년만의 방문이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통해 네 번째 칸 초청을 받은 소감으로 “두렵다”라고 웃으면서도 “감독 입장에서는 새 영화를 소개하는 입장에서 칸 영화를 소개하는 게 흥분되지만, 동시에 불타는 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의 느낌이다. 하지만 영화를 아름답게 완성시켰다고 자부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나와 촬영감독은 평소에 해왔던 영상법으로 작품에 접근했다. 이것은 큰 스크린에서 상영될 것이다 라는 전제로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가 영화를 한 편 만들 때 수명도 생각한다. 추후에도 여전히 아름답게 보이도록 영화를 만드는 게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 순수한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순수하게 작품의 퀄리티 측면에서 ‘옥자’를 제작했음을 밝혔다. 또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가지는 모험과 독특성에 흥미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나라면 투자를 했을까’ 생각도 해봤다. 영화를 나의 100% 컨트롤 하에 찍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은 이제 필름 산업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상업 영화 분량에 작업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더라. 그래서 디지털로 최대한 필름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 했다. 더 이상 한국에서 필름현상을 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고 필름 영화 중심으로 만들었던 그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한 과정을 들었다. 여기에 그는 “미자와 옥자가 강원도에서 시작해 뉴욕 맨해튼에서 끝나는 이야기다”라고 영화의 여정을 설명하면서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여정을 다룬 것이 사실이다”라고 영화의 특성을 전했다.
이어 출연진 캐스팅 과정으로 “틸다 스윈튼과는 ‘설국열차’ 때 너무 친해졌었다. ‘설국열차’ 프로모션 때 ‘옥자’ 드로잉을 보여주면서 소개하니 틸다가 관심을 보이더라. 제이크 질렌할은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처음 콘셉트 아트를 보여주고서 캐스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틸다는 이 영화의 제작을 함께한 배우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에도 이름이 올라간다. 아이디어도 많이 나눴다. 창작의 동반자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와 더불어 봉 감독은 “이 영화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라인업 발표할 때 칸에서는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소개하더라. 정치적인 풍자와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로서는 처음으로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소녀와 동물의 사랑 이야기다. 한국에 반려동물 인구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알고 있다. 그 분들만 봐주셔도 대단하겠다. 우리는 동물을 친구로 보기도 하고, 동물을 먹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동물을 껴안고 이야기도 한다. 그게 우리의 일상 모습인데 그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무엇일까. 가장 끔찍하고 추악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고 작품을 상세 설명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는 “정말 봉준호 감독이야말로 영화계의 장인이라 생각한다. 이번 참여를 기회이자 도전이라 생각했다.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게 제작자의 일이라 생각 한다”고 봉 감독의 실력을 극찬했다.
특히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작한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돼 영화사에 큰 의미를 남긴다. 세계 최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사인 넷플릭스는 극장 상영 방식과는 다른 플랫폼으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전달한다. 그럼에도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것은 기존 방식을 탈피한 다양성의 확장을 뜻한다.
하지만 프랑스 극장협회는 최근 “극장 개봉 이후 3년이 지난 영화라야 넷플릭스와 같은 가입자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가능하다”라고 프랑스 법을 언급하며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초청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곧 내년 영화제부터 적용키로 공식 입장이 나오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프랑스영화위원회가 ‘옥자’의 임시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프랑스 내 제한적 상영을 위해 신청한 임시 비자 발급 허용을 거부한 것.
이에 대해 테드 사란도스는 “칸 영화제는 사실 예술을 위한 영화제다. 우리도 예술성의 철학으로 ‘옥자’를 만들었다. 역사를 변화시키기 쉽진 않겠지만, 칸 영화제에 초청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넷플릭스는 꾸준히 영화를 제작할 것이다. 페스티벌의 배급 방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며 “상호 배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그들을 위해 관람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영화를 봐야 한다고 본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옥자’ 경우로부터 극장 배급 산업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묻자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 때문에 극장의 산업이 와해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산업의 파이가 다양해진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선택권이 생길테니까 말이다. 넷플릭스의 기존 지향점이 그렇다. 앞으로 극장 개봉에서의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좋아하면 울리는’과 ‘킹덤’을 제작 중이다. 다른 한국의 오리지널 영화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프로듀서 역시 “봉준호 감독님을 오래 전부터 팬으로 흠모해왔다. 우리가 스토커 수준으로 봉 감독을 좋아해왔다”라며 “이번에 너무 운이 좋게도 ‘옥자’ 대본을 볼 수 있었다. 놀라운 작품이었다. 비주얼도 대단했고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보편성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어린이와 성인의 이야기를 잘 다뤘다. 독창적인 창작물을 만들려고 했다. ‘옥자’는 리스크가 많은 도전작이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참여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서우식 프로듀서는 “미국의 시스템과 한국의 시스템에서 차이가 있었다. 넷플릭스 프로듀서와 함께해보니 굉장히 열정적이더라. 서로 이견이 있었을 때도 있었지만, 목적은 똑같았다. 그것을 잘 조율하면서 서로 다른 시스템 속 화합도 하면서 발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최두호 프로듀서는 “설국열차는 CJ엔터테인먼트에서 주관했다. 당시 배급하면서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만든다고 해서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봉 감독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했다”라고 배급상의 진화를 언급했다.
한편 ‘옥자’에는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을 비롯,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과 미자 역의 안서현 외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 등 연기파 한국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오는 6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동시 공개된다. 한국에서는 NEW가 배급을 맡아 극장 개봉할 예정.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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