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1’ 편집장을 마치고 한겨레신문으로 복귀한 안수찬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겨레21’ 1162호(5월22일자 ‘새 시대의 문’)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표지를 놓고 벌어진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안 기자의 설전이었다. 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인 이른바 ‘문빠’들이 이 표지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불매·절독 등의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안 기자는 “시민 누구나 절독 또는 절독 캠페인을 통해 언론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기본을 진지하게 논하지 않고, 감정·감상·편견 등에 기초해 욕설과 협박을 일삼는 집단에 굴복한다면, 그것 역시 언론의 기본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맞받아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이어 안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편집장 2년하고 기자들이 만들어준 표지액자 하나 받았다”며 “신문에 옮긴 뒤로 시간이 좀 남는다. 붙어보자. 늬들 삶이 힘든건 나와 다르지 않으니 그 대목은 이해하겠다마는, 우리가 살아낸 지난 시절을 온통 똥칠하겠다고 굳이 달려드니 어쩔 수 없이 대응해줄게. 덤벼라. 문빠들”이라고 글을 올리면서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결국 안 기자는 16일 “죄송합니다. 술 마시고 하찮고 보잘것 없는 밑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문제가 된 글은 지웠습니다. 한겨레에는 저보다 훌륭한 기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자숙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거듭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계정을 비공개 전환했다.
안 기자가 사과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안 기자의 사과글에는 1만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고, 논란에 대해 각계 인사들이 의견을 보태면서 오히려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투고하고 있는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극렬 문빠 중 한 사람이자, 한겨레에 칼럼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중히 여쭙겠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관계자분들. 도대체 가만히 있는 문빠들한테 자꾸 왜 이러십니까?”라며 에둘러 안 기자의 행동을 비난했다.
반면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니꼽다고 좌표 찍은 뒤 개떼처럼 몰려가 일점사해서 굴복시키는 시대면, 언론이 왜 필요한가. 그게 파시즘인데”라고 지적하면서 “기자 사냥꾼들, 그거 당신들 주인에게 부끄러운 짓이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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