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첫 재판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측이 최순실씨 뇌물사건과 재판을 병합하겠다는 법원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마지막 공판준비절차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직무범위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사건 공소 유지에 한정된다”며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서 특검은 민간인 신분인데 특검이 한 신문이 (박근혜) 피고인에게 어떤 효력이 있는지 먼저 확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따로 기소한 최씨의 뇌물 수수 사건과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병합하는 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며 재판부에 병합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어 “어느 정도 재판이 진행된 최씨 뇌물 사건과의 병합은 예단과 편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가 출발선부터 심각한 해악을 받을 것이란 논리다. 변호인단은 또 재판부가 이달 23일 첫 기일을 잡은 것에 대해 “쟁점이 18개로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구속 기간 만기 전 결론을 내기 위해 기일을 과도하게 촉박하게 지정했다. 변호인들이 기록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병합 재검토 요청은 특검이 검찰과 별개 신분이어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특검이 기소한 재판에 나온 증거·증인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똑같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의 공모 관계를 부정하면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변호인단은 최씨와의 공모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병합 심리를 재고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의견을 검토해 첫 공판 때 결론을 내놓기로 했다. 두 재판을 모두 맡은 형사합의22부는 공소사실이 거의 같고 증인이 일치한다는 이유로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겠다고 앞서 밝혔었다. 다만 재판부가 병합 계획을 철회해도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검찰이 같이 기소했기 때문에 한 법정에 서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재판부는 대기업에서 592억원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시작하며 삼성·SK·롯데그룹 순으로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의 비선진료 재판 증인으로 출석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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