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문제 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보수 이념을 내세우며 밀고 가라고 주문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과 정관주 전 차관 등의 재판에서 이러한 증언을 했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10월 김 전 실장의 공관을 찾아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에 관한 내용을 보고했고 이에 김 전 실장이 매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보고서처럼 지원 배제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긁어 부스럼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자 김 전 실장은 “우리는 그냥 보수가 아니다. 우리는 극보수다. 그러니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명단 적용에 소극적이던 문체부 1급 실장 3명의 사직서를 받을 때의 일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청와대 지시를 받고 당시 김희범 차관에게 1급 실장 3명의 사직서를 받으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이 “3명 다 사표 받는 건 조직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후 건의 내용을 김 전 실장에게 전했더니 김 전 실장은 “그 사람도 문체부 소속 공무원이라 식구를 보호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바로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김 전 차관에게도 전화해 “사사롭게 일 처리하지 말고 장관 지시를 잘 따르라”고 했다고 김 전 장관은 진술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김 전 실장 후임 이병기 전 비서실장에게도 블랙리스트에 관해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은 전임자와 달리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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