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권교체 이후 처음 열린 독일과 프랑스 간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에 필요하다면 EU 조약 개정까지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외신들은 ‘현상유지’를 고수해온 독일이 유럽 각국에서 커지는 개혁 목소리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취했다고 분석했다.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을 강화하려는 목적에 부합한다면 조약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조약 개정은 오랜 시간 ‘금기’에 해당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실업률 감소, 투자 촉진, 외교 공조 강화 등을 위한 ‘EU와 유로존 개혁 로드맵’을 마련하고 프랑스 총선 이후인 오는 7월 장관급회의를 열어 이의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가디언은 이 같은 조약 개정 검토가 EU의 현재 기조를 깨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은 EU 조약 개정에 대해 한결같은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국민투표 전인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가 추가적인 EU 통합조치의 경우 영국을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을 조약에 넣을 것을 요구했을 때도 메르켈 총리를 중심으로 한 EU 각국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EU 개혁방안은 유로존 공동예산 도입, 유로존 의회 및 유로존 재무장관 신설 등으로 대부분 EU 조약 개정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독일 일간 슈피겔은 “마크롱 대통령의 EU 개혁안은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Frexit) 등을 주장하는 극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책”이라며 “메르켈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이 직면한 어려움을 존중한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독일이 프랑스의 EU 개혁 요구를 전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독일 기민당의 유력 정치인인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독일이 무역흑자를 재정위기에 처한 회원국에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 의사를 표하면서도 유로존 재무장관직 신설 등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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