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둔 이란에서 선거 막판 ‘보수후보 단일화’와 ‘이란 핵합의 유지’ 등 돌발변수가 잇달아 등장하며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맞서 보수파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하자 미국이 당초 방침과 달리 로하니 대통령의 공적으로 평가받는 이란 핵합의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이란 대선정국이 쉽사리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이란 메흐르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은 “국민과 공화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했다”며 대선후보를 사퇴하고 보수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3위 주자인 갈리바프 시장이 사퇴하면서 이번 대선은 로하니 대통령과 라이시 후보의 양자대결 국면으로 흘러가게 됐다. 최대 40%의 지지를 받고 있는 로하니 대통령에 맞서 각각 25%, 20%가량의 지지율을 보였던 2, 3위 후보들이 뭉치면서 누구도 과반 득표를 확신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주요 외신들은 보수파에 반대하면서도 로하니의 부진한 경제성과에 표심을 정하지 못했던 도심 중산층을 누가 먼저 설득하며 과반을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수파 두 후보 간 연합은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가장 큰 변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과 달리 이란과의 핵합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황은 오리무중이 됐다. 이번 이란 대선은 지난 2015년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 맺은 핵합의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주요 쟁점이기 때문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로하니 대통령은 핵합의 덕분에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났고 40%에 달했던 인플레이션도 안정됐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서방의 제재가 풀리자 이란의 산유량과 원유 수출이 급상승해 제재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6.6%를 기록했고 무역 규모도 4.3% 늘었다. 반면 보수파인 라이시 후보는 핵합의가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무용론’을 주창하며 로하니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20%에 달하는 실업률을 거론하며 독자적인 경제성장 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미국과 서방에 대한 실용주의적 노선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이웃 국가들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외교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가 보수파와 달리 개방적인 외교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생 살리기에 방점을 찍은 만큼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유인책으로 해외 투자를 끌어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보수파인 라이시가 집권한다면 전임 대통령이 물꼬를 튼 서방과의 관계는 일시에 단절될 공산이 크다. 서구 측이 제재를 완전히 풀지 않는 등 합의안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빌미로 핵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하거나 합의를 파기하는 등 극단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미국 행정부의 핵합의 준수 방침이 전격 공개된 것도 달라진 이란 대선구도에 따른 파장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 다른 합의 당사국들의 합의 유지 요청을 받아들여 핵합의를 폐기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취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에 따른 제재면제 시한 만료를 앞두고 이란과 거래하는 비(非)미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면제를 갱신할 것이라고 이미 이란 측에 통보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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