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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모시기 경쟁 여전...취지 변질된 대학축제

이달중순 시작되는 축제에

대학들 인기가수 공연 계획

아이돌 섭외 비용도 치솟아

1회에 6,000만원 달하기도

"일회성 공연에 과도한 비용"

자성의 목소리도 거세져





“한양대 축제에 콜드플레이가 옵니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콜드플레이를 비롯해 빅뱅·트와이스 등의 사진이 포함된 포스터와 함께 이 같은 글이 게재됐다.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콜드플레이는 최근 개최한 내한공연 당시 모든 표가 매진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 록 밴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은 작성자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허위사실이었다. 이 탓에 한양대는 학교로 걸려오는 엄청난 항의전화에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본격적인 봄 축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학들의 인기가수 섭외 경쟁이 과열되면서 축제의 본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대학들이 동시에 특정 연예인 ‘모시기 경쟁’에 나서면서 이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대학 축제 섭외비용은 한번 공연에 6,000만원에 이르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그룹도 섭외비용이 500만~1,5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인기 연예인이 등장하는 축제의 표를 구하기 위한 암표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축제 암표 거래 글에는 1만 1,000원짜리 티켓이 5배 수준인 장당 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고려대 축제 티켓도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원가에 비해 두 배 비싼 1만 6,000원에 판매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취업난 등으로 각박한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축제를 통해 그나마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다”며 “대학의 이미지와도 연관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축제비용은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3%(3,411만원)를 차지했다. 일부 대학은 50%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축제에 쓰는 자금을 주로 학생회비와 학교 재원에서 조달하다 보니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일회성 공연에 과도한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채성욱(25) 씨는 “축제 때마다 걸그룹 콘서트를 본 기억밖에 없다”며 “취업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힘들어하는데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년들이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들이나 사회적 이슈들을 꺼내놓을 수 있는 행사들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들 역시 사회비판 의식이나 사회참여 등 대학 본연의 문화가 퇴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입학부터 학점이수, 취업 등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다 보니 감정적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대중문화가 대학축제의 중심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대학생들의 건전한 비판의식이 실종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우인·이두형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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