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대선 이후 내분을 겪는 모양새다.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와 당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 간에 갈등이 비화되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당의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차기 당권을 노린 쟁탈전에 돌입한 것이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잠재적 당권 경쟁자로 인식, 홍 전 지사와 친박계 모두 견제하고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박을 바퀴벌레로 비유하며 “친박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다음 선거 때 국민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며 “더이상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박도 정면으로 홍 전 지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정치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며 홍 전 지사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서 “계속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문종 의원도 간담회에서 “페이스북에 ‘바퀴벌레’라고 썼다는데 이게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 전 지사와 친박계는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정 권한대행을 향해 공동전선을 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명분으로 정 권한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당권 차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당 지도부가 대선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이에 정 권한대행은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당의 진로와 전당대회,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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