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정책인 기업형 임대주택, 이른바 ‘뉴스테이’ 정책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공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과도한 지원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특혜 논란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특혜성 택지공급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 있고 사회적으로 민간 임대주택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뉴스테이 정책이 전면적으로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으로 뉴스테이 정책이 공적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주택도시기금이 출자나 융자 형태로 지원되는 뉴스테이에 대해서는 입주자 자격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금이 지원하는 뉴스테이는 8년의 의무임대기간이 있고 임대료 상승이 연 5% 내로 제한되는데 이 같은 골격은 유지하면서 현재 아무런 제한이 없는 입주자 자격 요건을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등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또 특혜 논란이 불거진 기금의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기금이 출자는 제외하고 융자 형태의 지원만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민간 건설사 위주로 돼 있는 뉴스테이 사업주체를 협동조합·비영리재단 등으로 확대해 임대료를 대폭 낮추는 것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뉴스테이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뉴스테이 공급 촉진지구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뉴스테이 물량 7만9,000가구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중 4만2,000가구는 촉진지구 지정 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이 같은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촉진지구 방식의 경우 그린벨트와 같은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데다 여러 가지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를 공공성이 떨어지는 민간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촉진지구로 지정된 뉴스테이 사업지는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2,600가구) 한 곳에 불과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시대 도래로 민간 임대주택의 필요성이 높아진데다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뉴스테이 자체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시스템은 살아 있지만 문 대통령의 색깔에 맞는 성격이 덧붙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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