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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황형 흑자 탈출 조짐 기업실적, 내수로 연결돼야

1·4분기 상장기업 영업실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낭보다. 첫 번째는 매출을 의미하는 외형의 성장이고 두 번째는 삼성전자 의존도의 축소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536개 기업의 1·4분기 매출액은 모두 455조원으로 1년 전보다 8.35% 늘어났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까지 기업 실적은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해도 순이익이 늘어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어려운 대내외 경영여건을 고려해 마른 수건까지 쥐어짠다는 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투자와 인력 채용을 줄였던 탓이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 구조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각각 -5.78%와 0.24%에 머물렀던 데 비춰보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외형 성장은 고무적이다.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순이익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25.3%, 35.8% 늘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호황을 누리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상당히 옅어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법인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27%, 32.78% 증가했다. 기업 실적개선이 고르게 퍼진다는 의미는 우리 경제에 좋은 신호 중 하나다.

기업 외형과 이익의 동반 상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가 회복국면을 보인 덕이 크다. 수출 회복세가 기업 실적개선을 이끈 것이다. 그러나 수출 호조 외끌이만으로는 국내 경기 회복세를 견인하기에 역부족이다. 아직도 체감경기가 냉골이다. 내·외수 동반성장이 절실한 연유다. 그러자면 기업이 글로벌 경기회복에 발맞춰 투자를 실기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규제 완화와 혁신적 사고로 기업이 좀 더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긴요한 과제다. 새 정부의 정책 여하에 따라 가는 말에 채찍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말을 주저앉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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