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7일, 한국시간) 드디어 제 70회 칸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한국 감독의 작품 5편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개막 한참 전부터 국내는 축제 분위기였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 부문에 진출해 거장 감독끼리의 경쟁에 관심이 쏠렸다.
이 뿐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은 ‘클레어의 카메라’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기도 해 두 편의 영화 진출로 ‘칸이 사랑하는 감독’임을 입증했다. 홍상수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에만 4번째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나라에서’(2012)에 이어서다.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불한당’(감독 변성현)과 ‘악녀’(감독 정병길)가 초청됐다. 지난해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같은 부문에서 찬사 받은 후 국내에서 그 해 유일하게 천만 기록을 남긴 터라 이번 영화제 이후 ‘불한당’과 ‘악녀’의 국내 호응이 기대되는 상황.
이렇듯 하나같이 관전 포인트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이지만, 이번 칸 영화제에 오른 다섯 작품 모두 크고 작은 잡음들로 걱정을 안기기도 했다. 하나같이 골치 아픈 일로, ‘곡성’(감독 나홍진)처럼 한바탕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일단 홍상수 감독의 작품 두 편이 오른 것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다. 지난해 6월 배우 김민희와 불륜설로 ‘문제의 인물’이 된 그. 그럼에도 지난 3월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여주인공 김민희가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 칸영화제에 두 작품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를 보란 듯 진출시켜 커리어로는 정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불륜설 이후 1년이 지난 현재도 홍상수-김민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아 마냥 ‘그 후’의 수상을 희망하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감독과 배우 개인의 인격에 대한 비판이 거세 이번 영화제 레드카펫에 서는 두 사람의 입장과 태도에 세간의 시선은 또 한 번 집중되겠다.
‘옥자’는 작품 자체로써는 이번 영화제 중 가장 뜨거운 감자다. 앞으로 국내 및 전 세계 영화배급 산업과 영화사까지 뒤흔들 맹점을 안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한 ‘스트리밍 공개’ 상영 방식을 택한 ‘옥자’는 프랑스 극장협회와 프랑스국립영화위원회로부터 각각 경쟁부문 진출 규칙인 ‘극장 상영’ 요건 불충족과 최대 1주일간 6회의 프랑스 제한 상영을 위한 임시 비자 발급 거부를 받았다.
프랑스 극장협회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하기 위해선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규칙을 내년(2018년)부터 적용키로 결정했지만, 비자 발급 거부문제가 남아 실질적으로 ‘옥자’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을 희박케 만들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스트리밍과 극장은 결국 공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떻게 공존하느냐라는 아름다운 조율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비경쟁부문 초청작 ‘악녀’와 ‘불한당’은 주연배우의 불참 소식으로 영화팬들의 가슴을 철렁케 했다. ‘악녀’의 신하균은 최근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촬영 중 오른쪽 다리 골정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상태. 현재 휴식을 취하며 회복중인 그는 국내에서 칸 영화제를 지켜보며 응원할 계획이다.
김옥빈과 신하균은 지난 2009년 박찬욱 감독 영화 ‘박쥐’에 이어 두 번째로 칸 레드카펫을 밟을 것이 기대됐지만, 김옥빈은 참석하고 신하균은 불참이 결정됐다. 앞서 ‘박쥐’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불한당’에서도 주연 중 설경구만 참석을 확정, 임시완은 여전히 불투명 상태다. MBC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100% 사전제작으로 한창 촬영 중인 터라 오늘 칸영화제 개막식이 열렸음에도 드라마 측과의 스케줄 조율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 첫 번째로 칸행이 기대됐지만 여전히 가닥이 잡히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중.
임시완의 소속사 플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7일 서울경제스타에 “아직 ‘왕은 사랑한다’ 측과 스케줄 조율 중이며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했다. 한편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에 이어 4번째이자 17년 만에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김희원, 전혜진도 칸행을 결정했다.
각종 잡음과 논란 속에서 칸영화제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어쩌면 영화제 중에도 다양한 이슈가 발생할지 모른다. 시작 전부터 웃을 일도 흥분할 일도 많았지만, 이야깃거리 또한 많은 이번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먼 훗날 기억될 역사 속 한 페이지임은 분명해 보인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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