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법정에 세우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언을 얻지 못했다. 특검은 비장의 카드로 다음달 뇌물 혐의의 장본인인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다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이 특검의 뜻대로 입을 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임원들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이르면 다음달 초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특검은 지난 3월 검찰 조사에서 작성된 박 전 대통령의 피의자 진술 조서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특검은 “특검 수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소환을 거부해 혐의자임에도 직접 조사할 수 없었다”며 “부정 청탁을 입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증인 신문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실관계를 놓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상당히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신문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정 전 비서관을 증인대에 올렸지만 뚜렷한 증언은 얻지 못했다. 특검은 2015년 7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전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에 전달한 ‘말씀자료’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 같은 삼성의 현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삼성 독대 전 작성된 말씀자료는 그대로 죽 읽을 수 있는 ‘워딩’ 형태가 아니라 참고자료였을 뿐”이라며 “준비한 자료를 대통령이 독대 장소에 들고 갔는지, 실제로 말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특검은 말씀자료가 부정 청탁의 증거라고 보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독대에서 삼성물산 합병 같은 현안은 오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이날 정 전 비서관의 보석 청구를 기각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지시로 최 씨에게 각종 청와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정 전 비서관의 1심 선고를 미루기로 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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