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린(사카린나트륨)은 인간이 만든 인공감미료 중 가장 역사가 길다. 1879년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화학 실험실에서 산화 반응을 연구하던 연구자가 손을 씻지 않고 빵을 먹다가 단맛을 느껴 지도교수에게 이 물질의 정체를 알렸고 두 사람의 공동연구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설탕에 비해 가격은 40분의1에 불과하고 당도는 300배가 되는데다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소변 등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이만한 감미료가 없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으로 원당 수입이 힘들어지면서 심각한 설탕 부족에 시달렸던 유럽 국가들에 급속히 번졌고 1960년대 중반까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1966년 대형 스캔들이 된 삼성 계열의 한국비료공업 밀수사건의 대상품목도 사카린이었다. 그런 사카린이 1970년대 후반 캐나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방광암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온 후 급전직하한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카린의 전면 사용금지 의견을 개진할 정도로 유해성 논란이 거세졌다. 그나마 식품업계 등의 줄기찬 반대 청원 등으로 지금의 담뱃갑처럼 사용제품에 경고문을 표시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반전이 찾아왔다. 이미 사카린의 대체재인 아스파탐 등이 나왔지만 연구자들의 계속된 연구로 사카린이 유해하지 않다는 주장이 대두된 것이다. 이 결과 미국 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2000년 발암물질 목록에서 삭제했고 2010년에는 환경보호청이 유해우려물질 목록에서 제외했다. 한국도 젓갈 김치 등 일부 제품에 사용하던 것을 2014년에는 초콜릿 등 어린이 기호식품까지 허용범위를 넓혔다.
사카린은 이제 설탕을 피해야 하는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항암효과까지 언급되면서 극적인 반전을 한다. 아직 논란이 있지만 2015년 4월 미국 화학학회에는 사카린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카린이나 설탕 모두 중독 증상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유해성보다는 음식을 과잉섭취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음식과 약의 뿌리는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 원칙을 강조하는 한의학에서도 남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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