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이란과의 핵합의에 따른 광범위한 경제제재 면제 조치를 연장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제재를 신규 도입해 대선 공약을 뒤집고 제재 완화를 유지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났다.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이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면제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미 행정부의 연장 방침이 발표되면서 이란은 원유·무역·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방과의 경제교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국무부 발표와 별도로 재무부도 성명을 내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신규 제재 명단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란 고위 국방부 관리 2명과 중국인 1명, 이란 1개 기업과 중국 3개 기업 등 개인 3명과 기업 4곳이 탄도미사일 부품 공급과 관련된 혐의로 새로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앞으로 이들 기업과 개인의 미국 내 거래 및 자산은 동결되며 이들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도 미 정부의 요주의 대상에 오른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제재 해제 조치를 유지하면서도 ‘소폭’의 새 제재를 부과하는 ‘듀얼플레이’를 구사했다”면서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는 토대를 마련하면서도 강경 입장을 완화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 명분과 실리를 챙긴 셈”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란 대선을 이틀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대선 막판 판세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하산 로하니 정부의 핵협상에 대한 심판이라고도 할 이번 대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이 연임하면 핵합의로 해제된 제재 외에 테러 지원, 인권,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서방의 제재까지 없애겠다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로하니의 유세 내용을 “가치 없는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하고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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