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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건되면 대화’ 美의 대북신호 잘못 읽으면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해법과 관련해 대화 메시지를 또 보냈다. 17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특사로 워싱턴DC를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대화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대화 앞에 항상 전제와 조건이 붙어 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깜짝 제의했을 때도 전제를 달았다. “적절한 환경에 있다면 내가 그걸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단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미 국무부도 대화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새 대북 정책의 틀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수차례 언급했듯이 미국의 주된 대북카드는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이다. 대화는 비핵화 의지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확인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다.



물론 트럼프의 대화 언급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의 언행을 생각한다면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성급한 낙관론이나 기대는 절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의 메시지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다가는 대북 정책이 꼬이고 국제공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그렇잖아도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북 신호를 제대로 읽어야 6월 한미 정상회담도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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