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이 그놈 쫓아내븐께 얼마나 기분이 날아갈 거 같은지 모르겄어”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나고도 시민들은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기념식이 끝난 직후 “이게 무슨 기념식이냐”며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기념식을 찾은 한 70대 할머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손을 잡고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을 언급하며 “(박 전 처장이) 작년에 여그와서 쫓겨난 놈이여. 그놈이 얼마나 우리를 피눈물 나게 해븐지 몰라”라며 달라진 기념식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앞서 박 전 처장은 “보훈단체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해 지난 기념식 때 5·18 희생자 유족들의 저지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번 기념식에 참석한 여야 지도부와 유명 인사들은 쏟아지는 사진 요청 공세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은 행사가 끝나고도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대화를 나눴다.
기념식이 끝나고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묘지에 울려 퍼졌다.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소속 당원 170여명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주먹 쥔 손을 흔들며 무반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몇몇 시민들도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민주당원은 “이제 비로소 제자리를 되찾았다는 느낌”이라면서 “원래 불러야 할 노래를 이제 제대로 불렀을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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