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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합참의장님, 좀 걸으시죠.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합참의장님. 오늘 5월18일 아침, 잠시 걸었습니다. 국방부 청사에서 나와 천천히 발길을 옮겼습니다. 목표는 합동참모본부였죠. 발이 속도를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머릿속에서 질문도 던졌지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길은 가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라고요. 가능하면 그 걸음걸이의 속도에 맞추려 노력하며 합참 청사 정문에 도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2분8초87이었습니다. 거꾸로 합참에서 국방부로 되돌아오는 데는 2분7초34가 걸렸습니다. 다시 한 번 국방부 청사와 합참 사이를 평소 발걸음대로 걸으니 2분이 채 안 되더군요. 당연합니다. 두 건물 간 거리라야 160m 남짓하니까요.

문 대통령이 도보로 이동한 것도 당연하겠죠.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걷는 대통령을 보면서 오랫동안 담아왔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합참의장과 그 참모들은 이 짧은 거리를 왜 승용차를 타고 이동할까?’는 국방부에 처음 출입할 때부터 가졌던 의문입니다. 국방부에서 회의를 갖거나 청사 내 장군 식당에서 조찬을 할 때면 의장님과 참모들은 승용차로 이동하셨죠. 불볕더위로 전력공급 비상이 걸려도,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도 그러셨습니다. 도중에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몇 번 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마다 관행이며 공식 의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말씀 드렸지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듯이 의장님과 참모들의 관용 승용차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것이고 기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전병 역시 온 국민의 아들들입니다. 여름날이면 운전병들이 미리 시동을 켜서 냉방을 돌립니다. 오갈 때마다 그렇습니다. 의장님께 여쭙니다. 국민의 세금과 귀한 인적자원을 이렇게 낭비해도 됩니까? 대통령은 걸어가는 길을 승용차 타고 다니시니 편합니까?



불필요한 차량 운용은 에너지 낭비인 동시에 환경 파괴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미세먼지도 유발합니다. 문 대통령이 최우선 정책으로 내놓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도 역주행하는 셈입니다.

사실 이 편지를 보내기 전에 조금은 망설였습니다.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고 생각한 의장님께 누가 될까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와 환경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라 감히 펜을 들었습니다. 제가 방송기자였다면 기름값이 고공 행진하거나 여름날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원거리에서 망원렌즈로 의장님 차량의 이동을 잡아 ‘낭비의 사례’로 보도했을 겁니다. 잘못된 관행의 다른 말은 ‘적폐’입니다. 병사들의 생활관에서는 전기 절약을 위해 에어컨을 최소한으로 돌립니다. 의장님과 참모들이 절약의 모범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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