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특수수사 1번지’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전격 발탁한 배경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제대로 파헤친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적폐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꼽았다. 당선 직후 청와대 참모진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던진 화두도 다름 아닌 ‘국정농단 재수사’였다. 국정농단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 진실을 규명한다는 의지가 윤 검사에 대한 파격 인사로 표출됐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윤 지검장을 임명하면서 사실상 최씨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1·2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6개월간 수사했으나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문이 많은 만큼 그동안 수사 공소유지를 통해 국정농단 의혹 사태를 꾸준히 파헤친 그에게 다시 수사 지휘봉을 맡긴 셈이다.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핵심 관계자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재수사로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윤 검사장은 이날 재수사에 대해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정농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타깃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의혹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정윤회 문건은 앞서 검찰이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 종결했다. 우 전 수석도 재판에 넘기긴 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도 재수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 가운데 혐의가 명확히 규명된 곳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는 삼성·SK·롯데그룹뿐이다. 나머지는 1기 특수본 수사에 이어 특검과 2기 특수본도 수사에 나섰지만 결론을 제대로 맺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이 기간 연장에 실패한데다 2기 특수본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롯데·SK 등에 국한한 탓이다. 부영 등 일부 기업은 1기 특수본 수사 당시 최씨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은 데 반해 수사는 미진했다. 당시 이중근 부영 회장은 지난 2015년 2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회의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환 조사 등 직접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외에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도 국정농단에 관여하고 최씨를 비호했다는 의심을 받았으나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나온다. 이들을 둘러싼 의혹과 청와대의 야당 의원 불법 사찰, 최씨 불법재산 형성 및 국내외 은닉 의혹 등이 앞으로 대표적 재수사 대상으로 부각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반 년간 수사가 이뤄졌으나 특검법 2조에서 명시한 15개 수사항목이 모두 대상에 오르지는 못했다”며 “이 비서관이나 안 비서관 등이 연루됐다고 알려진 이른바 금융 농단이나 경찰 인사 비리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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