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200m 이상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제일 끝을 찾아 기자도 줄을 섰다. 속칭 ‘떴다방’ 40여명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시간 이상 기다려서야 겨우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를 둘러보려면 다시 평형별 유닛마다 30여명씩 줄을 서야 했다. 구석구석마다 구경하는 사람들로 움직이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일산에서 왔다는 50대 남성 A씨는 “오전 10시에 왔는데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안에서도 줄을 서서 다 보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일산대교로 15분 정도면 올 수 있는데다 분양가도 저렴해 진지하게 청약을 생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19일 하루에만 한강메트로자이를 비롯해 10곳이 넘는 분양 단지의 모델하우스 오픈이 집중됐다. 조기 대선이 결정된 이후 건설사들이 봄 분양을 5월 셋째주 이후로 대거 조정한데 따른 것이다. 대선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열리는 분양대전(大戰)의 성패가 달린 날인 셈이다.
다행히 이날 모델하우스들은 수도권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젊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대선 이후에도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희석 한강메트로자이 분양소장은 “예전에는 김포가 ‘분양 무덤’이었지만 이제 미분양도 없고, 한강신도시에 수만가구가 들어서며 생활인프라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김포 중심지 역세권에 이 정도 브랜드의 대단지가 들어오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오픈 2시간 전부터 100여m 넘게 줄을 서는 등 사람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 일대 거래가격이 평당 1,200만원 내외인데, 한강메트로자이는 테라스 확장 포함해 1,227만원 수준이라 가격 메리트가 크다”며 “이번 주말 사흘간 적어도 5만~6만명은 너끈히 다녀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개관한 ‘보라매 SK 뷰(SK VIEW)’ 견본주택에도 시공사인 SK건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1만여명이 몰렸다. 예상치 못한 인파에 줄서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장을 찾은 기자도 1시간 이상 기다려 내부로 입장했다. 유닛을 보기 위해서는 다시 수십분을 기다려야 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후반의 남성 B씨는 “집도 사야 하고 주변에서 괜찮다고 해서 와 봤다”면서 “추후 가격이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청약을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길뉴타운 5구역을 재개발하는 단지인 ‘보라매 SK 뷰’는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를 차량으로 1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어 직주근접이 가능한 곳이다.
이날 오픈한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의 ‘인천 논현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도 실거주 목적으로 추정되는 30~40대들이 대거 방문했다. 주변 시화, 반월, 남동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실거주용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관계자는 “주변 지역 아파트가 전용 85㎡ 이상 대형 평형 위주여서 전세로 살다가 실거주용으로 매매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귀띔했다. 전체 754가구가 전용 61~70㎡로 구성된 인천 논현 푸르지오는 이 지역에서 10여년만에 분양하는 20평대 소형 아파트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의 ‘영종하늘도시 KCC 스위첸’ 견본주택에도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홍보 관계자는 “인근에 다른 모델하우스 여는 곳도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분위기는 예상보다 괜찮다”면서 “송도에서 오신 분은 아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러 왔다면서 특히 테라스 특화 단지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소위 ‘이삭줍기’(인근 지역에 분양이 안된 아파트나 상업시설 등을 최근 오픈한 모델하우스에서 영업해 파는 것)를 하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화성시 능동에 오픈한 한국자산신탁의 오피스텔 ‘르마레시티’ 모델하우스에는 이날 하루에만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고객 1,300여명이 방문했다. 인근에 산업단지가 다수 위치하고 오산대가 가까워 안정적인 배후수요를 갖췄다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한 주부는 “월세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오피스텔 투자처를 찾다가 방문하게 됐다”면서 “1호선 오산역과 오산 버스터미널이 가까워 주변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편하게 출퇴근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 분양을 받아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이재유·이완기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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