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로봇공학의 다빈치’라 불리는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주립대핵(UCLA) 교수는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LG-POSCO 경영관 4층 수첵스홀에서 열린 연간 포럼 ‘KUBS Futurum’의 첫 섹션의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모든 로봇은 넘어집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에서 “모든 로봇은 넘어지고 부서진다”며 “중요한 것은 팀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실패’의 경험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국제 재난구조로봇대회에 참가했을 당시 대회 결선 하루 전날 리허설에서 그의 연구팀이 만든 로봇이 넘어지며 박살이 났다. 홍 교수는 “대회 하루 전날에 우리 팀은 1분도 자지 않고 밤새 고장 난 로봇을 고쳤다”며 “팀은 다시 일어섰고 힘내서 대회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위 8개 팀이 결선으로 가는 예선에서 9위를 해 학생들 전부 실망하고 울었다”며 “학생들에게 ‘실패에서 배운다면 다음 단계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이후 1위 팀이 결선 진출을 포기하면서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홍 교수 연구팀은 가까스로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홍 교수가 로봇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 NFB를 개발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운전대를 잡은 시각장애인이 운전이 끝난 후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제 인생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인간의 행동양태를 닮은 로봇) 로봇들이 다 부서지는 과정에서 우리 연구자들도 배웠다”며 “인간처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니 자유자재로 이족보행이 가능한 ‘나비로스(NABIROS)’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 연구팀이 현재 개발 중인 나비로스는 이족 보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인조 근육을 이용해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달리 게처럼 옆으로 걷고 무릎도 360도 회전해 이동할 수 있다. 생긴 모습은 인간답지 않지만 걷는 모습은 현재 출시된 이족보행 로봇들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홍 교수는 “지금의 로봇이 꼭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위험한 공사장에 사람 대신 올라가는 뱀 로봇을 개발할 수 있듯 이런 기술로도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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