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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박은석, “‘월계수’와 ‘역적’이 남긴 것...통장 잔고"

신선한 사극 ‘역적’에 등장한 호감 가는 배우

2016년 여름부터 방영된 54부작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에 이어 쉴 틀 없이 30부작 MBC 드라마 ‘역적’을 향해 달려왔다. 그렇게 다음해 봄날이 되자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바로 ‘호감형 악역’ 민효상에서 파란만장한 악역 정학으로 돌아온 배우 박은석 이야기다.

‘월계수 양복점’ 종영 인터뷰도 진행하지 못한 채 ‘역적’ 촬영에 몰두했던 박은석은 두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드라마는 그에게 ‘튼튼한 밧줄’을 남겼다.

배우 박은석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두 드라마가 저에게 남긴 걸 이야기하라면... 통장 잔고요”라며 너스레를 떨던 박은석은 곧 진지한 대답을 이어갔다.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작품이 하나씩 끝나면 제 이름 아래에 있는 필모가 하나씩 쌓여가요. 저에겐 그게 또 하나의 매듭을 짓는 느낌입니다. 그게 쌓이면서 밧줄이 튼튼해지는 기분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달라요. 작품을 떠나 보내기 싫을 때도 많아요. 더 잘하고 싶었는데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드니까요. 그걸 경험 삼아서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음 작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게 배우의 길 아닐까요.”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 이하 ‘역적’)은 우리에게 고전의 인물로 남아있는 ‘홍길동’을 재해석한 작품.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도적 홍길동을 모티브로 삼았다. 박은석은 길동(윤균상 분)-길현(심희섭 분) 형제와 대물림된 악연으로 얽힌 박씨(서이숙 분)의 아들 정학(수학) 역으로 호연을 펼쳤다.

첫 사극 도전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아버지 조참봉 죽음의 진실을 알고 소름 돋는 정학의 ‘흑화’ 연기로 설득력을 더했다. 사실 박은석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종영 다음날인 2월 27일부터 ‘역적’ 촬영에 돌입했다. 막판에 ‘월계수’ 촬영 분량이 많아 잠도 못 자고 촬영을 이어간 박은석은 ‘역적’ 지난 방송은 물론 대본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김진만 감독과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수학’ 역할로 어떤 배우로 캐스팅 할지 고민하던 김 감독은 박은석을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제가 출연한 ‘월계수’ 작품을 보셨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대본을 읽고, 드라마를 돌려보면서 도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수학이가 가진 상처이자 장치가 아버지(손종학 분)가 노비에게 살해당한 거잖아요. 그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것 하나만으로 수학이에게는 정당성이 있으니까요.”

첫 사극 도전이라 긴장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 하지만 어머니로 나오는 연극계 선배 서이숙 배우의 “잘 하네. 좋아” 한마디가 힘이 됐다고 한다.

“첫 촬영을 장성으로 갔어요. 제 어머니로 나오는 서이숙 선배님과 첫 만남을 했던 장소입니다. B팀 진창규 감독님과 배우들 모두가 궁금 해하는 인물이 수학이었어요. 성인이 된 수학이로 누가 들어올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나봐요. 아역이 잘 해준 것도 있고 작품이 워낙 좋아서 수학이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거든요. 리허설 이후 카메라 리허설을 하고 바로 촬영에 임했어요. 그렇게 신이 끝났는데, 서이숙 선배님이 ‘잘하네. 좋아’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마음 놓고 긴장했죠.”

그럼에도 첫 사극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사극투의 대사가 현대어와 달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대사를 하나 하나 암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게 암기하게 되면 인물의 말이 아닌 대사 속 문장으로 존재 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엔 말투 하나, 띄어쓰기 하나까지 다 외워야 했다. 고충은 있었지만 작품이 좋고 함께하는 배우들이 좋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적’ 은 그만큼 특별한 사극이었다. 더욱이 시의성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홍길동과 민초들의 이야기는 2017년 대한민국과 제대로 통했다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촛불집회, 탄핵, 그리고 조기대선을 통한 새 대통령의 선출까지 이 모든 걸 떠올리게 한 사극이 바로 ‘역적’이었다.



박은석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사극이 바로 ‘역적’이다” 며 “그만큼 공감 가는 드라마이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박은석은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가 십년이상 거주해 국내 사정에 밝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사극을 즐겨 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역적’은 스토리를 바로 따라갈 수 있었다.

“제가 감히 사극 연기를 할 거라곤 생각 못했어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장르가 바로 사극인데 이렇게 빨리 하게 됐어요. 저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있는 사극인 ‘역적’을 하게 돼서 더 뜻 깊어요.”

/사진=mbc


배우 박은석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주 무대였던 연극에서 점차 브라운관으로 넘나들며 활동하던 배우 박은석은 ‘역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동시에 연극 ‘나쁜자석’ 프레이저 역으로 관객과 마주하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바쁜 활동 중에서도 박은석은 6월 개막하는 연극열전의 ‘프라이드’의 출연을 정했다. 그는 ‘프라이드’의 초연 올리버 역으로 무대에 선 바 있다. 무대와 브라운관 모두 꽉 잡은 그의 열정은 그 누구지 말리지 못할 듯 하다.

“‘월계수’ 와 ‘역적’을 연달아 하고, ‘나쁜 자석’도 병행하면서 잠 잘 시간도 거의 없을 정도로 힘들긴 한데 좋은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다시 대본을 외우면서 초연의 느낌을 되살리고 있어요. 역시 좋은 작품임이 분명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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