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사진)가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영국 런던 외곽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난 1950년대 왕립 드라마아카데미에서 수학한 뒤 1960년대 TV 드라마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작품은 단연 ‘007 시리즈’다. 그는 1973년 ‘007 시리즈’의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서 주인공을 맡은 후 1985년 ‘뷰투어킬(A View to a kill)’까지 7편의 본드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숀 코너리, 조지 레이전비의 뒤를 이어 45세의 나이에 3대 본드가 된 그는 57세까지 12년에 걸쳐 본드 역할을 소화하며 역대 최다 본드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생전 “내 연기의 범주는 왼쪽 눈썹을 치켜세우는 것과 오른쪽 눈썹을 치켜세우는 것, 양쪽 눈썹을 움직이지 않는 것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 드러나듯 눈썹을 치켜세우는 특유의 표정을 전매특허로 삼아 바람둥이 스파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며 인기를 누렸다.
그는 2007년 미국 할리우드 명예의전당에 가입할 때 “슬프게도 본드 영화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본드 걸들은 계속 어려지고 나는 너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영국 여왕에게 대영제국 커맨더훈장(CBE)을 받았으며 1991년부터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기금모금 활동을 한 것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는 말년에는 거위 간의 식용에 반대하는 등 동물 보호에도 앞장섰다. 평생 네 차례 결혼한 그는 세 번째 부인인 이탈리아 배우 루이사 마티올리와의 사이에 아들 둘, 딸 하나 등 세 자녀를 뒀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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