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상품권과 콘서트 티켓 사기 행각을 벌인 남여 커플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한 뒤 돌연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친까지 동원해 피해를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변상을 약속했지만 피의자 자살로 제대로 된 수사로 진행되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인터넷 사기 행각을 벌인 박모(25)씨와 동거녀 박모(28) 사건에 대해 지난달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피의자 박씨는 경찰 조사 직후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가 자살할 경우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수사를 중단하는 내사 종결로 처리한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여간 동거녀 박씨와 함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 등을 통해 “백화점 상품권을 싸게 판매한다”는 등의 글을 올려 30여 차례에 걸쳐 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개별 소액 피해로 알려지지 않다가 추가 피해가 계속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외부로 알려졌다. 박씨는 저가 판매조건을 내걸어 ‘선결제, 후배송’ 수법으로 장기간 사기 행각을 이어왔다. 피해 유형은 주로 백화점 상품권과 콘서트 티켓과 같은 현금화가 가능한 무기명 채권이었다.
박씨는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공론화 조짐이 보이자 피해자들을 단체 카카오톡 방에 초대해 “가진 돈이 없어 변상이 늦어지고 있다”며 “변상할테니 기다려달라”며 신고를 늦춰왔다. 특히, 박씨는 자신의 부친까지 동원해 “부모 된 도리를 못해 죄송하다. 딸의 월급을 모아 매달 300만원씩 변제하겠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방해하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에 신고된 이후에도 동거녀 박씨와 함께 사기 행각을 계속해왔다. 범죄수익금으로는 고가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등 유흥으로 대부분을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한 푼이라도 돌려받겠다는 심정으로 박씨의 약속을 믿고 변상을 기다려왔다. 박씨는 피해자들을 회유하는 동시에 십여 차례 추가 범행을 벌여왔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변상을 통해 신고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피해자들이 공동으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자 박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일부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3월 경찰 조사 이후 자신의 주거지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최성욱 이두형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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