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정체를 드러낼 수도, 마음을 보일 수도 없는 남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여자까지 사지로 내몰아야 하는 남자. 그의 애틋하고도 아픈 마음이 금요일 밤 TV 앞 시청자의 가슴을 두드렸다. 바로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연출 김철규) 13회 엔딩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아인은 특유의 섬세하고도 디테일한 연기로 매 작품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다. 그만의 표현력은 순식간에 시청자를 집중시키고,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시카고 타자기’에서도 이 같은 배우 유아인의 진가는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특히 5월 26일 방송된 13회 엔딩은 배우 유아인의 밀도 있는 연기로 더욱 풍성하고 깊어졌다.
이날 방송 속 과거 경성스토리는 슬프고 안타까웠다. 내 나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청년들은 목숨을 걸었다. 당장 내일이면 거사. 청년들의 독립단체 수장 서휘영(유아인 분)은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로 동지들을 독려했다. 서휘영이 격려한 동지 중에는, 그가 사랑하지만 애써 마음을 감춰야 하는 여인 류수현(임수정 분)도 포함되어 있다.
거사 전날 밤, 서휘영과 류수현의 만남이 이날 엔딩을 장식했다. 서휘영은 “약속해. 반드시 살아 돌아와. 수령 명령이야”라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차마 그녀의 손을 잡아줄 수는 없었다. 슬프고 아팠지만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그는 많은 청년 독립투사들을 이끄는 수장이었고, 당장 내일 거사를 성공으로 이끌어야만 하는 독립운동가이기 때문이다.
차마 잡지 못하다가 스쳐 지나가는 손, 이미 차오른 눈물을 애써 누르는 듯 힘있는 눈빛, 안타까움과 불안함 등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까지. 유아인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기로 ‘시카고 타자기’ 13회 엔딩 장면을 꽉 잡았다. 인물의 감정변화에 따라 완벽한 완급조절을 하는 유아인의 연기가 전생 속 서휘영과 류수현, 현생 속 한세주(유아인 분)와 전설(임수정 분)의 운명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다.
‘시카고 타자기’의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스토리는 미스터리의 고리들을 풀어내며 인물들의 사랑을 더욱 아련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스토리 속에서 유아인의 연기가 캐릭터에, 작품 전체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 3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유아인이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 계속 기대되고 궁금하다.
한편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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