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이 믿기지 않아요.”
“아직도 (촬영이 시작되는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야 할 것 같다”며 깔깔 웃는다. 옆집 누나 같은 털털함이 매력적인 이 여자. 드라마 ‘역적’에서 장녹수로 열연했던 이하늬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하늬는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했다. “국악과랑 전혀 안 어울리죠?”라며 폭소를 터트린 그는 “국악과 출신이라 더더욱 예인 역을 피했다”며 “이번 장녹수 역을 맡을 때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국악을 배우던 시절) 선생님이 실제로 권번에 계셨던 분이었다”며 “예술을 하기 위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던 가슴 아픈 민족사의 이야기인 만큼 (국악을 연기로 표현하기) 더 조심스러웠다”고 이유를 밝혔다.
“승무신과 장구춤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그는 “(예인 연기를) 아끼고 아끼다 내놓은 만큼 절대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음악과 춤을 배웠기 때문에 예인과 대한 기본적인 자세, 감성과 정서를 그래도 조금은 알고 있다”며 “그 심연을 최대한 가져가려 노력했던 장면이 승무신과 장구춤 신이었다”고 덧붙였다.
역적은 배우로서 이하늬에게 어떤 작품일까. 그는 “마지막 내려놓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예전에 다 놓았다. 하지만 예인 연기를 할 때에는 모든 선생님이 보고 있다는 책임감이 무의식 속에 남아있더라”고 밝혔다. 이어 “장녹수가 죽기 직전 흥타령을 부르는 장면에서 타령을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노래를 잘 부르려 애쓰고 있었다”며 “그 순간 죽기 직전 부르는 흥타령에서 잘 불렀을까, 잘 부르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주저하지 않고 200%를 표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또 하나의 눈을 조금 뜬 셈이죠” 그의 눈에 데뷔 10년 차를 바라보는 배우의 열정이 서려있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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