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구두’를 계기로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지난 18일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신은 낡은 구두가 화제가 됐다. 덩달아 그 구두 브랜드 ‘아지오(Agio)’의 대표였던 유석영(사진) 경기도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 원장도 유명인사가 됐다. 유 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많은 분이 연락해 정신이 없을 정도”라며 “그 구두는 장애인분들이 좋은 가죽을 이용해 만든 수제 구두로 지금이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아지오 구두가 회자된 것을 계기로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되기를 바랐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는 대부분 제조업에 몰려 있고 그마저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유 원장이 2010년 1월부터 청각장애인 6명 등과 함께 운영한 아지오도 2013년 6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의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며 “하지만 대형 구두 제작사들이 시장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수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으로 장애인들이 품은 희망과 기대가 깨졌을 때 상처가 얼마나 큰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분들께 ‘풍족하게 잘 살아보자’고 약속한 것이 결국 아지오 폐업으로 거짓말로 끝을 맺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장애인 일자리 정책도 숫자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결과적으로 단순 제조업 등에만 일자리가 몰리면서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이 될 우려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장애인 일자리정책은 실패의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를 위해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 원장은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게 먼저”라며 “지역별 혹은 장애 유형별로 직업 능력 평가 기준 등을 세심하게 구성해 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좋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전반적인 장애인 고용시장을 견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원장은 이어 “장애인들 스스로도 적선의 의미로 물건 판매를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장애인들은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또 어떤 업종이 잘된다고 그곳에 몰리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밖에 없어 시장 조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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