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 열차에서 이슬람 혐오 발언을 내뱉으며 난동을 부리던 남성을 저지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시민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인종·종교 차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미국 사회에서 영웅적 행동을 볼 수 있었다는 찬사도 나온다.
28일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6일 오후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통근열차에 타고 있던 제러미 조지프 크리스천(35)은 히잡을 착용한 승객을 향해 인종과 종교를 헐뜯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다른 승객 리키 존 베스트(53)와 털리신 머딘 남카이 미셰(23), 마이카 데이비드-콜 플래처(21)가 이를 제지하려 했다. 크리스천은 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에 베스트는 현장에서 숨지고 남카이 미셰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인이 백인우월주의와 극단적 인종주의에 심취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긴 이르지만, 용의자는 증오범죄에 상당하는 협박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사회는 혐오 범죄를 제지하다 사망한 이들을 ‘영웅’으로 추켜세우며 추모했다.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성명을 통해 “두 시민이 증오에 대항하는 법을 몰랐던 이들을 대표해 올바른 일을 하다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행동은 용감하고 이타적이었으며 모범으로서 추앙받아야 한다”고 이들을 추모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트위터에 “용기 있는 두 분의 희생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고 밝혔고, 오리건 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정의의 대변자들은 위험을 무릅쓰다가 그들의 목숨을 잃었다”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포틀랜드에 사는 이슬람교도들도 지역사회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혐오 범죄를 제지하려다 희생된 이들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모금된 금액은 현재까지 약 5만 달러(약 5,595만 원)로 알려졌다.
희생자 중 한명인 남카이 미셰의 누이는 가족을 대표한 성명에서 이들이 “마지막 용기를 통해 진정으로 믿는 바를 실천했다”며 “이 비극이 반성과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상언 인턴기자 sangun.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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