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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본소득 줘도 빈곤 해결 못한다는 OECD의 충고

최근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은 기본소득제도가 세금 부담만 늘릴 뿐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프랑스·핀란드 등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모델을 적용했더니 국민의 빈곤수준을 낮추기는커녕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반의 인식과 달리 가난을 구제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상징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고용 불안에 대한 보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OECD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기존의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세금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층 부조를 중시하는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재산이나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되는 기본소득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의 기본소득안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비율로 부결된 것도 기존 복지혜택 축소와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조세 부담률이 OECD 최하위권인데다 근로소득자의 절반은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우리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대선과정에서 ‘생애맞춤형 기본소득보장제’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증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데다 기존의 공공부조와 사회보험 체계를 고려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당장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부담하겠다고 하자 시도교육청은 유치원까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판이다. 앞으로도 청년수당, 구직촉진수당, 신중년 실업급여 등 곳간을 허물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쏟아질 것이다. 어느 제도가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부조인지에 대한 국민 합의부터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OECD는 기본소득이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고 구직자들의 권리와 책임 간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정부가 모든 복지정책의 원칙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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