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풍지대.’ 29일 재임 1,892일째를 맞으며 전후 역대 3위의 ‘장수총리’로 등극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탄탄한 지지율을 가리키는 말로 손색이 없다. 아베 총리는 올 들어 고위관료들의 망언과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모리토모사학 스캔들, 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에 대한 특혜 시비까지 잇단 대형 스캔들에 시달리면서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과시하며 ‘1강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TV도쿄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56%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과반이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7%로 ‘가케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일본 학계나 언론은 실업률 감소와 사무직 임금 상승으로 형편이 나아진 20~30대 젊은 ‘화이트칼라’ 계층이 아베 총리의 버팀목을 자청하면서 자민당의 전통 지지기반인 중장년층(50~60대)과 농림어업 종사자들보다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쓰모토 마사오 사이타마대 교수는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지금의 생활이 유지됐으면 하는 심리’가 아베 총리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안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더해지며 아베 총리의 1강 독주가 현실화됐다. 아베 2기 내각 이전 6년간 자민·민주당에서 총 6명의 ‘단명총리’가 줄을 이은 혼란을 겪은 일본 국민들이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거부가 곧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상황에서 대다수 유권자들이 야당 정권보다는 현 정치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민당 지지율은 조사기관에 따라 40~44%로 과반에 가깝지만 제1야당인 민진당은 8% 수준으로 10% 선도 넘지 못하고 있다. 개혁 이미지로 인기가 급상승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역시 신생정당 소속 여성이라는 점에서 아베의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마이니치신문은 도쿄도의회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고이케 도지사의 지지율이 60%대에 달하는 반면 그의 신당인 ‘도민퍼스트회’의 지지기반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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