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려 숨지게 한 살수차와 관련, 경찰이 내부지침 개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은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내부지침인 ‘살수차 운용지침’을 일부 개정한 초안을 마련하고 최근 국회에 보내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살수차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경찰청 훈령 ‘경찰장비관리규칙’에 원론적인 언급이 있다. 위해성 경찰장비 규정은 불법집회·시위 또는 소요사태 등으로 인해 생명·재산피해가 우려될 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살수차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장비관리규정에도 살수차 사용 전 경고방송과 경고 살수로 자진 해산을 유도하고, 물대포 수압은 현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도로 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 외에도 살수차 사용 절차, 운용 방법, 직사·곡사 살수 요건, 상황별 수압 등 구체적 내용은 살수차 운용지침으로 정했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살수차 안전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경찰은 안전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지침 개정을 추진해 왔다. 경찰의 초안에는 백남기 농민 사태로 논란이 된 ‘직사 살수’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인명 보호 방안이 담겼다고 전해졌다. 직사 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을 띠게 하는 살수 방식을 말한다. 도로 점거나 폭력시위 상황이 매우 위중한 경우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지침에는 시위대와 경찰 간 거리에 따라 수압을 조정하고, 직사 살수는 3천rpm(15bar) 이하로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라는 정도로 언급돼있다. 경찰은 직사 살수가 위험하다는 각계의 지적을 일부 수용해 일정 거리 이하로는 직사 살수를 아예 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다.
살수차 안전 관련 규정을 경찰 내부 지침으로 두기보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명시하는 것이 구속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은 대통령령에 살수차 관련 규정이 나와있고, 구체적 내용을 내부 규정으로 두더라도 법률적 하자는 없다면서 일단 지침 개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지침 개정이 새 정부 출범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경찰에 인권보호 문제 개선책 마련을 요구해 향후 살수차 관련 대책도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쪽과 아직 협의 중인 단계여서 내용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알 수 없다”며 “백남기 농민 사건을 계기로 살수차와 관련한 각계 문제 제기가 있어 내부적으로 개선책을 검토해 온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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