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공공 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을 본격 시행하면서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교육기관 등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한 중앙정부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중앙행정기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교육기관 등 공공 부문 비정규직(단시간·기간제·파견·용역) 근로자는 총 31만1,888명으로 전년(31만6,858명)보다 4,970명(1.57%)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2단계(2016~2017년) 사업이 지난해부터 차질없이 진행됨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었다”며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감안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 보이지만 중앙정부만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앙행정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5년 2만137명에서 지난해 2만888명으로 되레 751명(3.7%) 늘었다. 정부 대책에 적극 동참한 지자체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기간 5만7,419명에서 5만1,010명으로 6,409명(11.2%) 줄어든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청소·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파견·용역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며 “공공기관도 지방 이전과 업무량 증가 등의 요인으로 용역·파견 근로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견·용역 근로자를 보면 같은 기간 중앙행정기관이 879명(13.1%), 공공기관은 3,680명(5.3%) 각각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파견·용역 근로자 수는 중앙정부 7,593명, 공공기관 7만3,053명이다.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용역·파견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도 10만9,668명에서 11만3,187만명으로 3,519명(3.2%) 늘었다. 반면 지방공기업은 1만5,018명에서 1만4,626명, 교육기관은 11만4,616명에서 11만2,177명으로 각각 2.6%, 2.1% 줄었다.
한꺼풀 더 벗겨보면 중앙행정기관 안에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중규직’ 근로자도 적지 않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앙정부에는 2만1,000명가량, 전체 공공 부문에는 21만명가량의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정부 분류 기준에 따르면 단시간·기간제 근로자와 달리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정규직에 들어간다. 하지만 상당수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고 여기고 있다. 고용 안정성은 보장되지만 임금 등이 정규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 대다수가 무기계약직”이라며 “정부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전했다.
개별 기관별로 비정규직 인원을 살펴보면 중앙행정기관은 행정자치부(2,734명), 지자체는 서울시청(1,115명),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8,193명), 지방공기업은 부산교통공사(1,589명), 교육기관은 경기도교육청(2만4,801명)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만 전년과 비교해 줄었고 나머지 기관은 모두 증가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지난 23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정부 예산 투입이 많은 공공사회서비스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면서 정부가 오히려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의 확대를 선도한 측면이 있다”며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직무형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무형 정규직은 정규직이되 직무에 따라 인사관리가 이뤄지고 임금이 책정되는 근로 형태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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