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직원도 문제지만 박찬구 회장 측이 뒤늦게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최근 수십억원을 회사에서 빼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기)로 변모 금호석화 영업팀장과 변 팀장의 동생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변 팀장은 동생과 공모해 지난 2009년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뒤 이 회사가 마치 2008년 금호석화가 세계적 오일메이저 쉘과 원료 구매계약을 맺을 때 금호석화에 자문을 제공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약 2년6개월간 44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금호석화가 변 팀장 형제를 검찰에 고소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박찬구 회장의 보복 논란을 지우기 힘들어 보인다. 변 팀장은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에 속해 있던 2009년께 그룹 차원의 박찬구 회장 비위 조사에 관여했다. 박찬구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받던 2013년에는 법정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변 팀장 측은 앞서 변론에서 “자문계약이 있고 7년 뒤 돌연 부실 계약이었다고 하는 금호석화의 주장은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 팀장은 또 “지난해 12월 금호석화 법무팀장이 불러내 ‘박찬구 회장이 재판 때 증언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10억원이라도 해결(변제)해라. 회사하고 척지지 말라’고 수차례 말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금호석화는 자금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지급의 정당성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피해자 회사(금호석화)의 과실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종혁·신다은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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