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를 선도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규제를 ‘FDA 관리 대상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 및 시험방법 개발’로 정의하고 이를 FDA의 제품 판매승인 결정을 위한 유익성(benefit), 위험성(risk)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물리학·생물학·디지털공학 등 다양한 신기술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돼 경제와 산업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계적인 융복합 바이오헬스 산업의 비약적 발전은 각국 규제당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은 속성상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어 합리적 규제를 정립하기 위해 FDA나 유럽 등 선진국 규제당국은 제품의 안전성 확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은 과학적 사실과 함께 산업계·학계·사용자·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조율로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더 나아가 사용자·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시장경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융복합 바이오헬스 중심의 4차 산업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합리적 규제정책 마련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선제 대응하려 한다면 현재의 산업환경에 맞춘 법령이나 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은 식약처는 식품·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과 인체에 적용하는 생활화학용품 등 안전 관리의 컨트롤타워로 국민이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안전 관리를 해오고 있다. 적극적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신의료기기 개발 지원으로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성과를 이뤄냈다.
정밀의료, 디지털헬스케어, 3차원(3D) 프린팅, 인공지능(AI), 재활로봇 등 첨단 융복합 의료제품 출현에 대비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기술장벽 해소로 의료제품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의 특성에 맞도록 규제 체제를 정비해 대한민국의 화장품 산업이 한류와 함께 K뷰티로 신성장 산업의 핵심이 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국제의약품규제자포럼(IP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규제조화센터(AHC), 의료기기아시아조화회의(AHWP) 활동 등으로 국내 의료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허가심사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조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국제기준을 선도해나가기를 바란다.
앞으로 20년은 사람 중심의 체계적 국가 인체 위해성 감시체계를 가동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빈틈없이 안전 관리를 하고 품질부터 피해 구제까지 끊김 없는 소비자 보호와 필수·첨단제품까지의 원활한 공급 지원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식품·의료제품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의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에 발맞춰 첨단 융복합 의료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의 혁신적 규제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규제 개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신산업 창출을 가속화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시장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품·의료제품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국가 기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생산부터 소비까지, 사전 예방에서 신속 대응까지를 포괄하는 체계적·종합적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식약처의 기능 강화는 필요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식약처는 감독자가 아닌 동반자의 사고로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장경제 중심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쳐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류규하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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