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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파수꾼’ 김영광의 재발견…‘인생캐릭터’ 만들 수 있을까

김영광의 재발견이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능숙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중적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많았다. 6회가 지난 지금, 김영광은 제 몫을 차근차근 소화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해나가는 중이다.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모여서 아픔을 이겨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경찰도 검찰도 잡지 못한 범인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잡는 데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김영광은 극 중 겉은 속물이지만 실상은 억울한 사연을 품고 복수를 계획하는 검사 장도한으로 분했다.

/사진=MBC ‘파수꾼’




지난 29일 방송된 5회와 6회에서 장도한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드라마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우선 그는 딸을 잃고 용의자에게 총구를 들이댄 조수지(이시영 분)를 파수꾼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꼼짝없이 구속될 상황에 놓인 조수지를 사고를 가장해 탈주시킨 것. 법이 외면한 범인을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줬다.

장도한의 속마음은 고해성사 장면에서 자세히 드러났다. 그는 “계속 싸우게 할 거야. 그 여자 손으로 윤승로(최무성 분)도 잡게 만들 거고”라며 웃었다. 딸 잃은 엄마의 마음을 자신의 복수에 이용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한 놈이 눈앞에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진저리나도록 안다”는 대사에서는 슬픔이 묻어났다. 김영광은 분노와 아픔의 진폭을 어색하지 않게 조절했다.

드라마 속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1년 후, 차기검찰총장으로 윤승로가 내정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윤승로의 아들은 조수지의 딸을 죽인 범인.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사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장도한은 철저하게 감정을 가뒀다. 여전히 윤승로와 오광호(김상호 분)에게 아부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비굴함을 택한 것.

김은중(김태훈 분)을 찾아갔을 때는 능글맞은 가면을 썼다.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김은중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보냈다. “걱정돼서 왔다”고 했지만 저변에는 “더 이상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있었다. 끝까지 자신을 경멸하듯 쳐다보는 김은중에게 장도한은 “친구야 파이팅”이라며 뻔뻔하게 굴었다. 다음 장면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장도한은 “정의롭고 용감하다”며 웃으며 칭찬하다가 순간 표정을 굳힌 뒤 “이용해먹기 좋다”고 덧붙였다.

1회부터 6회까지, 2주 만에 장도한의 극 중 위치는 급격하게 변했다. 초반에는 출세를 위해 자존심을 벌이는 허세 가득한 검사였고 실체가 밝혀진 지금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 됐다. 김영광은 온몸으로 하트를 만들고 굽신 거리는 등 한껏 업 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싸늘한 눈빛을 발사했다.

/사진=MBC ‘파수꾼’




그야말로 두 얼굴의 검사다. 여기에 정의 내릴 수 없는 동정심까지 더하면 세 개 이상의 인격이 공존한다. 장도한이 조수지에게 보여주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분노로 점철된 복수지만 조수지를 볼 때만큼은 처연함이 깃든다. 딸이 죽은 뒤 조수지가 “내 딸은 살해당했다”며 윤승로를 찾아왔을 때 그 광경을 보던 김영광의 표정이 그랬다.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조수지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투영했다.

장도한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로 인해 평범하지 않은 인격을 지닌 인물. 그런 장도한을 연기하는 김영광의 연기가 편안할 수는 없다. 특히 1회에서는 과하게 능청스럽고 허세 가득한 모습으로 다소 오버스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장도한의 이중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영광이 ‘파수꾼’에 캐스팅 됐을 당시, ‘욕망검사’라는 역할 설명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과연 김영광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더해졌다. 최근작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에서 성숙한 연기를 보였던 김영광이지만 해당 작품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때문에, 다소 미숙했던 ‘피노키오’를 기억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김영광은 자신의 몫을 잘 해주고 있다. 드라마 속, 실제 사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은 이시영이 연기한다. 걸크러쉬 액션 연기와 애잔한 모성애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중. 그런 이시영을 움직이는 것이 김영광이다. 시청자들에게 장도한의 감정선을 이해시켜야만 전개가 확실해지고 흐름이 부드러워진다.

모델 출신이라는 점과 전작에서 남긴 인상 등 김영광에 대한 선입견 아닌 선입견은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은 상태다. ‘파수꾼’은 배우의 연기력이 큰 역할을 하는 작품. 그만큼 역할에 대한 깊은 해석과 섬세한 표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만 몰입을 유지한다면, 연기자로서 쌓아온 내공을 터트리기에 적절한 기회. 이번 작품에서 ‘인생캐릭터’를 완성하기를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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