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주말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여부를 물었으나 한 장관이 이를 확인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실장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 장관에서 전화를 걸어 반입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지시로 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반입 문제에 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방부가 새 정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 장관과 군 고위층을 상대로 한 고강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시 국방부는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26일 국가안보실 업무보고 시에도 국방부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당시 안보실은 내달 한미 정상회담 준비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해 사드 문제에 대한 별도 보고까지 지시했지만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은 국방부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안보실은 당시 사드 문제 관련 첫 보고 뒤 국방부에 “사드 문제는 자세히 알아야 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보고를 요구했다. 이에 26일 밤 사드를 담당하는 군(軍) 장성이 안보실에 추가 보고를 했고 이 과정에서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반입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보고한 게 아니라 1차장이 대화를 하던 중에 알게 됐다”며 “그래서 1차장이 깜짝 놀라서 다시 확인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상철 1차장은 27일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지난 주말(27~28일)에 한 장관과 오찬 약속이 있던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한 장관에게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정 실장은 한 장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실장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가 끝난 후 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한 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비공개 사드 발사대 반입 사실을 확인했고 30일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왜 늦게 알았느냐는 말이 있지만, 문제 핵심은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1차 경위조사를 토대로 국방부가 새 정부에 대한 업무보고 과정에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 따라 민정수석실 차원의 청와대의 진상조사는 한 장관 및 군 고위당국자 등을 상대로 강도 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또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추가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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