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방송되는 KBS1 ‘추적 60분’에서는 ‘재벌과 비자금’ 2부 ‘한남동 수표의 비밀’ 편이 전파를 탄다.
▲ 대한민국 0.01%, 그들만의 세상
강남 한 복판에는 재벌가 회장님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수입 명품 가구거리가 있다. 수천만 원짜리 욕조와 변기에서 수억 원대 주방가구에 이르기까지, 보기만 해도 억 소리가 나는 고급 명품들! 그런데 최근 이곳에서 수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과 이들의 자택 인테리어를 전담으로 하는 한 업체 사이에서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국내 모 재벌 총수 사모님이 유럽에서 3억 원 상당의 가구를 샀는데 그 비용을 해당 인테리어 업체가 재벌 기업의 계열사 호텔 시공비에 얹어 처리했다’는 소문도 그중 하나였다. ‘추적 60분’은 소문의 실체를 취재했다.
취재 도중, 우리는 최근 9년간 해당 인테리어 업체와 재벌가의 거래 내역 일부를 입수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유명 재벌기업 총수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로, 많게는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거래내역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몇몇 내역에 첨부된 ‘입금표’들. 정식 세금계산서 대신 동네 구멍가게에서나 볼 법한 간이영수증을 이용해, 흔적이 남지 않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를 해왔다는 것이다.
▲ 세상 밖으로 나온 한남동 수표의 정체
“한남동 공사를 한지 저희가 10년이 넘었습니다. 한남동에서 유독 그런 관행(무자료 거래)을 저지르는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
우리가 입수한 거래 내역에는 ‘한남동 63호 지하놀이방 변경공사’ ‘한남동 10호 방수공사’ 등, 마치 암호처럼 번지수가 아닌 ‘00호’로 집주소가 표현돼있었다. 확인 결과, 63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0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시, 무자료 거래가 가능하도록 대부분 수표를 이용했다.
‘추적 60분’은 최근 4년간 삼성 일가의 자택과 관련 법인들의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해, 해당 인테리어 업체에 지불된 수표 일부의 복사본과 거래내역을 전격 입수, 분석했다. 그런데 이중 상당액이 간이 영수증으로만 지출된, ‘무자료’ 거래로 의심되는 상황.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굳이 백만 원 권 수표 수십 장으로 결제하는가 하면, 2년 가까이 묵은 오래된 수표들을 사용한 경우도 눈에 띈 것.
특히 일련번호가 이어지는 수표들이 이건희 회장의 사택 공사는 물론, 병원의 바닥 공사 같은 기업 공사에 동시에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 수년간, 간편한 계좌이체를 두고, 굳이 인편을 통한 수표 거래를 고집해왔다는 삼성가.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수표의 주인은 누구일까.
▲ 미완의 과제로 남은 삼성 비자금, 더 큰 비용으로 청구되다
지난 2007년,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 이건희 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486명의 명의로 1,199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약 4조 5천억 원을 관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것이 고 이병철 선대회장에게서 넘겨받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면죄부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08년 4월 22일, 삼성은 ‘삼성 경영 쇄신안’ 발표를 통해 입증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하고 세금 납부 후 남은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촬영된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은 물론, 삼성측이 이 동영상을 촬영한 일당들에게 지급한 9억 원 역시 특검 당시 밝혀진 차명계좌에서 지출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같은 해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순실과 관련된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현재 20회째 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부회장까지, 삼성가의 불법 자금에 대한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재벌과 비자금, 과연 끊어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번 주 ‘추적 60분’에서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재벌가 비리의 뿌리, 불법자금의 실체를 파헤치고 이것이 우리 국민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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