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위탁기관이 직원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한 것은 고용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기도의 한 지방자치단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인 정모씨가 낸 진정을 받아들이고 센터장 A씨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인권위는 또 해당 지자체장에게 위탁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씨는 해당 센터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예배와 주말예배, 추수감사절 행사 등에 참석하라고 강요받았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자 센터가 계약 기간 만료 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의 남편 김 모 목사는 정씨의 센터 면접 당시 면접관을 맡았다. 그는 “채용되면 내가 목사로 있는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목사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월요일 아침예배 당시에도 “면접을 볼 때는 교회에 나오겠다고 약속하고서 (채용된 이후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교회에 잘 나오지 않는 직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A씨는 “정씨가 개인적·종교적 사유를 들어 두 차례 사직서를 냈지만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근무할 수 있다’고 만류한 적 있다”면서 “정씨를 지목해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 등이 채용 과정에서 교회 출석을 요구했고 직원들에게 종교 활동을 강요해 직원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러한 행위가 기독교도가 아닌 정씨에게 모욕감과 불편함을 줘 결국 재계약을 포기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 만큼 이는 인권위법과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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