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경제대국이자 온실가스 배출 2위인 미국이 협정을 탈퇴할 경우 협정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당장은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을 빼고라도 협정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어디서 균열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협정 참여에 부정적으로 돌아설 국가들이 더 나올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이탈의 가장 큰 부작용이 ‘도미노 탈퇴’ 우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벌써 ‘세계의 공장’인 중국·인도가 자국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탈퇴는 아니더라도 많은 나라가 탄소배출 절감 노력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협정의 실효성이 퇴색될 공산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여건에서 한국만 무리하게 앞서 갈 이유는 더욱 없을 것이다.
이참에 정부가 2015년 파리기후총회에서 과도하게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정부는 산업계의 강한 반대에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예상 배출량 대비 37%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합리한 탄소배출권 할당도 모자라 불이익 운운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온실가스 감축 수준이 최고에 달해 더 감축할 여력이 없다는데도 기업들을 닦달하고 있다. 미국조차 협정에서 나가는 마당에 우리만 무리한 감축 목표에 집착할 까닭이 없다. 상황변화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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