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지난 미국 대선에 러시아 정부가 해킹을 통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애국심이 강한 러시아 민간 해커들의 소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주요 언론사 대표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해커들은 “예술가와 같다”면서 그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낌에 따라 목표물을 선택하며 “만약 그들이 애국심이 강하다면, 러시아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이들에게 맞서 싸우기 위해 그들의 관점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기여를 하는 데 나선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이를 국가 차원에서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및 폭로에 러시아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해온 그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돕기 위해 DNC 간부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폭로하는 등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미국 대선 개입 해킹을 러시아 정부와는 상관없는 민간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NYT는 국가와 민간 행위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와 관련한 문제에서는 특히 그렇다. 표면상으로는 일반 시민인 러시아인들은 동유럽과 중유럽에서 러시아 정부의 주요 현안을 추진하는 다양한 조직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내통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다.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전형적 정치인으로 분류할 순 없지만 이런 사람은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아주 자주 일정한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 마음에 든다면서 “트럼프와 정상적인 업무적, 개인적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푸틴은 언론에서 자주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남자들 간의 끈끈한 우정)에 대해 “아직 만나지도 못한 사람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나”고 반문하면서 “트럼프나 나나 서로를 친구라고 부를 순 없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운동 기간 중 미-러 관계를 정상화하고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공약한 것과 관련해 “우리도 미국 대통령과의 그러한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내부 정치 투쟁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은 양국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며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설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민주-공화 진영 간 정치 투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에서 양국의 공통 과제 해결을 방해하는 반(反)러시아 히스테리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이런 상황이 끝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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