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 외압 관련 증언을 막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기밀 유지를 이유로 증언을 막았다가 사실 은폐 논란에 휩싸여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에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어 미 정가의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의 의회 증언에 안보 등 국가기밀 유지를 위해 전현직 공직자들의 정보 공개·증언을 막는 ‘대통령 특권’을 발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 관련해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방송에 생중계돼도 상관없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은 오는 8일 ‘러시아 커넥션’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는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요구 등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와 같은 정치적 후폭풍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대통령 특권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의회 조사를 막기 위해 대통령 특권을 발동했다가 연방 대법원의 효력 중지 결정이라는 역풍을 맞아 대법원 판결 후 2주 만에 사임했다. 코미 전 국장에 대한 해임 결정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특별검사를 전격 경질한 ‘토요일 밤의 대학살’과 비견되는 상황에서 더 큰 논란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결심을 뒤집고 대통령 특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 행정명령의 초안을 마련했다가 재협상으로 수정한 전력이 있다. CNN은 “대통령 특권은 국가안보 등에 대해 대통령이 자유로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일 뿐 개인의 치부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발동될 경우 연방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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