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은 산업계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입장차를 떠나 정부 정책이라고 해도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기업인들이 거리낌 없이 반대하고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 기업인들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고 성 소수자 차별법을 거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경제계의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의견 표명이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어떤 정책이든 자유롭게 견해를 밝히고 이를 기탄없이 받아들이는 소통의 문화가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 새 정부와 재계의 관계를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 경영자총협회가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판했다가 여권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후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일자리 100일 계획’만 해도 준비과정에서 주요 경제단체나 대기업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위원회가 경총에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의견을 밖에서 말하지 말고 위원회에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기업인 ‘군기 잡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경제계에서는 요즘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만한 일이 없다며 한탄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이 정부에 과감히 쓴소리를 하는 미국을 부러워하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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